[인터뷰] 이영돈 PD "먹거리X파일과 젠틀맨, 신뢰가 중요했다"

2014-03-24 11:18

[사진=남궁진웅 기자]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지난해 방송계에서는 새로운 유행어가 나왔다. 개그맨이나 드라마 배우가 아니라 채널A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이하 '먹거리X파일') 진행을 맡은 PD에게서 말이다.

유행어는 곧바로 방송인 신동엽과 tvN 'SNL코리아'로 넘어갔다. 신동엽은 '이엉돈 PD'로 분해 같은 말을 성적유희로 희화화했다. 그럼에도 이영돈 PD가 'SNL코리아' 섭외를 고사했다는 에피소드나 '먹거리 X파일'에 소개된 식당이 음식을 먹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는 이야기는 그의 인지도를 실감케 한다.

이 PD를 지난 11일 서울 서린동 채널A 본사에서 만났다. 인기를 실감하느냐는 물음에 "PD는 시청자를 대표해서 프로그램 진행을 맡아 문제에 대한 심리적 근접성을 높이는 사람일 뿐"이라고 답했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PD가 프로그램을 이끌어나가는 일이 흔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보편화된 시스템이 아니기에 아직 거부감이 있다. 하지만 결과는 선명하다. '먹거리 X파일'은 곧바로 이영돈 PD로 상징화되기에 연출자 입장에서는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먹거리 X파일'은 개국 초기 채널A가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도와준 '효자 프로그램' 중 하나다.

"KBS1에서 '소비자고발'을 연출했을 당시 시청자들이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았어요. 단순히 시청률이 많이 나와서 신경을 쓰게 된 게 아니라 소비자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분야가 먹거리예요."

이 PD는 음식에 대한 표현력도 뛰어나다. "참 맛있는데요", "보기만 해도 입맛이 돌아오는데요"라고 말하며 시식하는 음식은 시청자를 군침 돌게 만든다.

"방송에 나와서 하기 싫은 이야기를 가식적으로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표현 능력은 아직도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있는 그대로를 표현했는데 그것이 시청자에게 좋게 다가간 것 같습니다."

"내가 만드는 모든 프로그램이 자식 같다"는 이 PD의 말에서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넘친다. "시사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아젠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현재 '먹거리X파일'은 식음료에 끼치는 영향이 상당하다고 본다"며 뿌듯한 마음을 드러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이 PD의 인기는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라는 유행어를 함께 쓰는 신동엽과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16일 종영한 채널A '젠틀맨'에서 이영돈과 신동엽은 대한민국에 숨어 있는 정의롭고 품격 있는 젠틀맨을 찾아 나섰다. 시민의 양심을 찾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엘리베이터에서 성추행을 목격한다면?'이라는 아이템으로 시작한 '젠틀맨'은 '유괴 현장을 목격한다면?', '가정폭력을 목격한다면?' 등의 다양한 실험카메라를 통해 수많은 젠틀맨을 찾아냈다.

"처음에는 '위험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정말 기다려 줄까?' 하는 의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예상 불가능한 상황이니까요. 하지만 어떻게든 도와 주는 사람이 나타나더라고요. 방송을 하며 '우리 사회가 아직 살만하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요, 정말 아직 살만한 세상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돼요. 짜릿하고 기분 좋습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이 PD는 가작 애착이 가는 프로그램으로 지난 1999년 방송된 KBS 일요스페셜 '술, 담배, 스트레스에 관한 첨단 보고서'를 꼽았다. "담배는 가장 애착이 가는 아젠다"라고 표현할 만큼 그는 담배와 간접흡연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당시 해당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나서야 간접흡연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생겨났다. 이전에는 간접흡연에 대한 인식조차 없었다. "사회를 변화하는 데 큰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는 말에서 자부심이 느껴졌다.

"'먹거리 X파일'과 '젠틀맨'을 통해 '신뢰감'을 주고 싶었다"는 이 PD. 시청자의 믿음을 바탕으로, 신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그의 손에서 계속 만들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