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e-골프는 가장 합리적인 가격의 전기차"
2014-03-23 12:14
토마스 리버 폭스바겐 전기차 부문 총괄 책임자 인터뷰
[베를린(독일)=아주경제 윤태구 기자] "폭스바겐은 전기차를 최대한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할 것이다."
토마스 리버 폭스바겐 전기차 부문 총괄 책임자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템플호프에서 열린 폭스바겐 일렉트릭 클럽 나이트에서 기자와 만나 기존 모델인 골프를 베이스로 한 e-골프로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서는 이유에 대해 "(전기차와 같은)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시기에는 비용이 많이 들기 마련"이라며 "전체적인 비용 증가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기존 모델을 활용하는 것이 더 올바른 전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BMW그룹이 i3·i8 등 개발을 위해 6억 유로(한화 약 8900억원)의 투자와 르노닛산그룹이 리프와 조이 등을 포함한 전기차에 투자한 5조4972억 유로(한화 약 8900억원)에를 투자하는 것과는 다른 행보다.
이는 폭스바겐이 내세운 전기차 전략과도 일치한다. 폭스바겐이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해 가장 먼저 내세운 것은 바로 합리적(affordable)인 가격이다.
폭스바겐은 도요타와 제너럴모터스(GM)를 제치고 오는 2018년 판매량 기준으로 세계 1위 자동차 업체로 발돋움한다는 중장기 목표를 세웠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차량인 전기차 시장 역시 선점해야 한다는 판단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합리적인 가격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토마스 리버 총괄은 "(e-골프의 경우)폭스바겐의 혁신적인 MQB 플랫폼 덕분에 전기차 생산을 위한 별도의 생산 라인이 필요 없다"며 "하나의 라인에서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디젤, 가솔린 등 서로 다른 동력원을 가진 차량을 함께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생산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생산 비용 뿐만 아니라 생산량도 시장의 수요에 따라 얼마든지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경쟁 브랜드의 대부분은 전기차 생산을 위한 별도의 생산라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아직 전기차 시장이 크지 않아 대량 물량도 많치 않기 때문에 하나의 모델 생산을 위해서는 생산 단가가 치솟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폭스바겐은 기존 볼프스부르크 공장의 골프 생산라인에서 e-골프는 물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골프까지 동시에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충분히 구매 가능한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하는 것이 진정한 친환경 전략이라는 셈이다.
토마스 리버 총괄은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개선이 시급한 분야는 배터리 기술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대부분의 양산 전기차는 한번 충전으로 100km 안팎을 주행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비교적 먼 지방까지 전기차를 타고 이동하려면 최소 한 번 이상은 반드시 충전을 해야만한다.
그는 "현재 적용되는 배터리 기술은 1세대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배터리 기술의 진척 정도가 전기차 보급 확대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며 "현재 평균적인 운전자의 하루 주행거리는 30~40km 정도이기 때문에 현재의 주행거리로도 문제는 없지만 휴가 등 장거리 여행 시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토마스 리버 총괄은 미래 친환경차 시장은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인 작용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 발전과 비용 절감 외에 지역 별로 선호도도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은 순수 전기차의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시장이지만 독일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방식이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같은 유럽이지만 노르웨이는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한국에서는 수소차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처럼 지역 별 선호도 역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요소"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만 단기적으로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방식이 유력할 것이라고 예상해 볼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배터리 가격이 낮아지면서 성능이 개선된다면 순수 전기차 비중 역시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