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금융업] 금융업 비상, 새로운 돌파구 무엇인가
2014-03-20 17:12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흔히들 금융은 '인체의 피와 같다'고 표현한다. 피가 잘 돌아야 몸이 건강하듯 금융이 잘 굴러가야 경제가 성장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현재 금융권의 상황은 동맥경화와 같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저금리ㆍ저성장 시대에 먹거리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각종 비리와 정보유출 등의 사고로 규제는 더 강화됐다.
20일 전문가들은 금융업이 비상하기 위해서는 의식개선과 비이자수익 확대, 해외진출 등에 혁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금융권의 새로운 돌파구로 제시되는 것은 '모순에 빠진' 금융규제 완화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금융산업을 5대 유망 서비스업 중 하나로 꼽으면서 금융업 육성을 누누히 강조해왔다. 올 상반기 중에는 손에 잡히는 규제개혁을 위해 금융규제를 전면 점검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13일 6개 금융지주회사 회장과의 간담회에서 "금융을 미래의 5대 유망서비스산업 중 하나로 육성해 나가기 위해 금융규제를 과감히 풀어나가겠다"고 재차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익일 검찰 발표를 통해 카드 3사를 통한 8000만건의 2차 유출이 확인되면서 금융규제 완화 목소리는 정보 유출 이슈에 또 다시 묻혀 버린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앞서 개인정보 유출사고 재발을 막겠다며 텔레마케팅 영업을 한동안 중단시키고, 계열사 간 정보 공유를 제한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물론 규제를 야기한 금융사들의 책임은 피할 수 없지만, 손바닥 뒤집듯이 규제를 강화했다, 완화했다를 반복하고 있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 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금융소비자들이 지나치게 서비스를 '공짜'로 인식한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금융이 내 돈을 '관리'해주는데도 '내 돈이 은행을 먹여살린다'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이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을 예로 들면, ATM 1대당 연간 평균 손실은 166만원 정도다. 은행은 이 기기들을 운영하는 데 연 3942억원의 비용을 쓴다. 반면 자동화기기 수수료 수입은 연 3099억원에 머물러 전체적으로 844억원 손실을 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손실에 대해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손실액이 더 커지면 은행들은 불가피하게 자동화기기 서비스를 줄이거나 비용을 금리로 일부 전가해 고객들의 불편이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은행의 적정 수익이 보장돼야 하는데 국내 은행들은 지나치게 공공재적인 성격이 강하다"며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구조에서는 주식시장에서도 은행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금융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인식하는 금융권 종사자들의 의식개선도 절실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실적에 치중하다보니 영업점 등에서 벌어지는 '꺾기' 등 불완전판매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것"이라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 비이자수익 확대ㆍ해외진출 등 집중 필요
지난해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사의 순이익은 당초 4조4900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올들어 대출사기 등의 변수가 반영되면서 3조5500억원으로 대폭 깎여 전년(7조2904억원)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치게 됐다. 순이자마진(NIM)이 회복이 예상보다 더딘데다 각종 악재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출이자와 수수료 수익 중심의 사업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금융지주사들의 수익 열에 아홉은 은행, 즉 이자이익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민영화를 진행 중인 우리금융을 제외하고 하나금융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자산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88%이다. KB금융은 76%고, 상대적으로 포트폴리오가 고루 구성돼있다는 신한금융 조차 전체 수익의 68%가 은행에서 발생한다.
김종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선진 금융그룹들은 소매금융·기업금융·보험·자산운용 등 각 사업부문이 고른 수익비중을 유지하고 있다"며 "수익구조가 다변화되지 않고서는 향후 은행의 수익성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외사업 비중을 늘리는 것 역시 새로운 돌파구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전체 수익 중 해외 사업의 수익 비중은 3% 내외에 불과하다. 은행의 전체 자산과 이익에서 차지하는 해외 점포의 비중을 나타내는 초국적화지수 역시 국내 은행은 3.8%에 불과해 HSBC(64.7%)나 UBS(76.5%)와 같은 글로벌 금융그룹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김 연구위원은 "맹목적인 해외진출은 지양해야 하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글로벌 니치 시장을 발굴해서 해외 금융기관과 제휴 또는 합작의 방법으로 해외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