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ENS 협력업체 대출 사기' 부실한 대출관리 시스템 지목… 인감도장 알바생이 보관(종합2보)
2014-03-19 13:20
금감원 직원 연루 확인… 경찰, 협력업체 대표 등 16명 검거
아주경제 박성대 기자 =KT ENS 직원과 협력업체들이 벌인 1조8000억원대 사기대출 사건에 금융감독원 간부가 연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사기대출에 이용된 KT ENS의 허위 매출채권을 발급하는 데 사용된 법인 인감도장은 아르바이트생이 보관할 정도로 허술하게 관리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는 허위 매출채권양도 승낙서 등을 담보로 거액의 부정대출을 받아낸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로 KT ENS 시스템영업개발부 부장 김모 씨와 협력업체 대표 등 16명을 검거해 8명을 구속했다고 19일 최종 수사사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또 부정대출을 받아 가로챈 중앙스타(유) 등 협력업체 대표 서모(38)씨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해외로 도피한 ㈜엔에스쏘울 대표 전모(49)씨에 대해 적색수배를 내려 행방을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협력업체들이 16개 금융사로부터 1조8335억원 부정대출 받아 이 가운데 2894억원을 상환하지 않았다.
부정대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부실한 대출 관리 시스템 지목됐다.
이번 사기 대출에는 KT ENS 협력업체들이 KT ENS에 납품하지도 않은 휴대전화 단말기와 내비게이션에 대한 허위 매출채권 양도 승낙서가 은행 등 금융기관에 담보로 이용됐다. 이 문서에는 KT ENS의 법인 인감도장이 이용됐는데 부정 대출을 도운 김씨는은 이 도장을 관리자의 감시가 소홀한 점심시간 때 등을 이용해 몰래 꺼내 서류 위조에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KT ENS 인감은 정직원이 아닌 아르바이트생이 관리하기도 했으며, 관리자 서랍이나 책상 위에 놓아두면 필요한 직원들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2008년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463차례에 걸쳐 16개 KT ENS 허위 매출채권을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1조8335억원을 부정 대출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서씨와 전씨 등은 사기대출 받은 돈을 회사 운영자금이나 그전 대출금 돌려막기에 사용하고 상장회사인 다스텍과 별장 등을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대출을 돕는 조건으로 이들로부터 외제승용차와 법인카드 등을 받고, 함께 동남아시아 국가를 돌며 골프와 도박을 하러 가는 등 향흥도 제공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수사 과정에서 금융감독원 간부 김모(50) 팀장이 범인 도피 등에 연루된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김 팀장은 지난 1월 금감원이 대출 사기사건을 조사하자 KT ENS 협력업체인 엔에스쏘울의 전 씨 등에게 알려 해외로 도피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감원은 내부 감찰을 통해 김 팀장이 전씨 등에게 해외 골프 접대를 받고 수억원에 이르는 금품을 받아 챙긴 사실을 확인, 최근 그를 직위해제하고 수사 의뢰했다.
경찰은 김 팀장을 1차례 소환조사했으며 향후 형사입건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