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의료기기 사업 가속화…영업권 가치 1년새 2배↑

2014-03-10 15:00
향후 기대감 상승…대규모 투자가 사업 성과로 이어질 지는 두고 봐야

지난해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 29회 국제의료기기 & 병원설비전시회(키메스)'에서 삼성전자 직원이 자사의 첫 프리미엄급 디지털 엑스레이 ' XGEO GC80'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주경제 이혜림 기자 = 삼성전자가 신성장 동력 사업의 하나인 의료기기 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연결감사보고서 따르면 2013년도 삼성전자의 의료기기사업 영업권 가치는 1997억5800만원으로 전년(892억5800만원)대비 140.8%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10.5% 신장한 2012년과 비교해도 큰 폭으로 상승한 수치다.

회사의 무형자산에 속하는 영업권은 경영 환경이나 정부 규제 등을 감안해 기업이 영업 활동을 통해 얼마나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를 평가해 자산 개념으로 나타낸 것이다. 즉, 실체는 없지만 회사가 수익을 내는 데 도움이 되는 자산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 지를 의미한다.

의료기기 사업은 삼성그룹의 5대 신수종 사업 중 하나다. 삼성은 2020년까지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이 분야에서 10조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시장 진출을 위한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해 11월에 열린 애널리스트 데이에서 "향후 10년 안에 의료기기 시장에서 선두주자가 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올해 신년사에서도 의료기기 사업에서 가시적 성과를 이뤄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0년 국내 엑스레이 기기 제조사 레이를 인수하고 초음파 의료기기업체 메디슨(현 삼성메디슨, 2010)을 자회사로 편입시킨 이후 미국 심장질환 검사기기 제조사 넥서스(2011년)와 미국 CT전문 의료기기업체 뉴로로지카(2013년)를 차례로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인수ㆍ합병(M&A)을 진행했다.

또한 2012년 말에는 기존의 의료기기사업팀을 의료기기사업부로 격상시키면서 조수인 사장을 사령탑으로 임명하는 등 관련 조직을 정비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 시키기 위해 글로벌 메디슨 지사를 삼성전자 해외법인으로 통합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삼성은 2012년 메디슨 일본 지사를 정리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미주·브라질·프랑스·이탈리아·중국 상하이 등 5개 삼성메디슨 해외법인을 청산했다.

다만 아직까지 삼성전자 의료기기 사업의 성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집행해 온 대규모 투자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질 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2012년 기준으로 삼성메디슨의 연간 매출은 3284억4100만원(약 3억 813만 달러)을 기록했다. 글로벌 헬스케어 업체인 GE헬스케어(181억 달러), 지멘스(174억 달러), 필립스(123억 달러) 등의 매출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진다.

회사 관계자는 "의료기기 사업의 경우 호흡이 길이 때문에 사업의 수익성을 판가름하긴 아직 이른감이 있다"면서도 "관련 사업이 예년에 비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은 맞다"고 전했다. 이어 "향후에도 M&A 등을 통해 종합의료기기 회사로서 진용을 갖춰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연평균 7%의 성장율을 보이고 있는 전 세계 의료기기 시장은 2020년 5625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