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만신’ 잊혀진 조상들의 한바탕 잔치, 굿
2014-02-27 17:25
과거 1980년대와 90년대 초에만 해도 마을에서 ‘굿’을 하는 모습을 왕왕 볼 수 있었다. 마을의 길흉화복을 신에게 기원하는 의식인 굿은 큰 잔치였다. 평소 먹을 것이 없던 사람들은 ‘굿 보고 떡 먹는 날’이었다. 운이 좋으면 목에 기름칠도 할 수 있었다. 요즘 아이들은 굿을 책에서, 또는 가끔 TV에서만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다음에는 아들이 넘석한다(넘본다)는 뜻의 ‘넘세’(김새론)로 살던 유년시절부터 신내림을 받아 금화(류현경)로 이름을 바꾸고 만신으로 살면서 죽을 고비를 넘긴 사연, 중년이 된 이후 새마을 운동의 ‘미신타파’ 움직임으로 탄압과 멸시를 받았지만 중요무형문화재 제82호-나호 기·예능보유자로 지정되기까지의 과정이 담겨 있다. 중년 이후는 배우 문소리가 맡아 열연을 펼쳤다.
압권은 문소리. 마치 진짜로 내림굿을 받은 만신처럼 굿판을 벌이는 문소리의 연기에서는 소름이 돋을 정도. 표정부터 발놀림, 물에 빠져 죽은 귀신을 위해 기도를 하는 모습은 만신 그 자체이다.
여기에 김금화 만신이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붕괴로 세상을 떠난 사망자들을 위해 ‘나라굿’ 장면과, 한국전쟁 당시 고향으로 떠나지 못하고 남한에 묻힌 이름 모를 북한군 병사들에 대한 ‘진혼굿’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