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의 새봄 첫 작품은 바람둥이 '돈 조반니'
2014-02-25 17:26
장선영 연출 "자신의 욕구와 감정에 솔직한 인물로 재해석" 3월 12일 개막
그는 수많은 여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그들 주변의 남성들을 조롱하며 급기야 결투 끝에 살인까지 저지른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죽인 남성이 묘지의 석상이 되어 찾아와 죄를 회개하라고 하지만 이를 거부하고 버티다 결국 지옥으로 떨어지게 된다.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와 대본가 로렌초 다 폰테가 스페인 세비야를 무대로 함께 만든 오페라 '돈조반니'는 수많은 여성을 농락한 어느 호색한의 이야기다.
뛰어난 인물 묘사와 흥미진진한 줄거리에 모차르트의 음악이 더해져 초연 때부터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다.
젊은 여성 오페라 연출가 정선영이 맡았다. 정 연출은 '오늘의 관객', '한국의 관객'을 위한 특별한 자막 처리와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창의적인 연출, 관객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연출로 정평이 나있다.
정선영 연출은 25일 연 기자 간담회에서 "돈조반니는 표면적으로는 방탕한 바람둥이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이면을 보면 개인의 내적 진실의 실현과 그가치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돈조반니'를 만나면서 스스로 '나는 내 감정을 알고, 그 감정에 솔직하며 그것을 실천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됐다. 그러지 못하는 자신에게 미안했고 작품을 연출하면서 위로를 얻었다"며 "관객과도 이런 경험을 공유하고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돈조반니역에는 재치있는 연기와 풍부한 성량의 바리톤 공병우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무대 데뷔를 앞둔 베이스 바리톤 차정철이 캐스팅됐다.
또 미국 오페라 무대를 누비는 소프라노 이윤아가 돈나엘비라, 국내 오페라 무대에 처음 데뷔하는 소프라노 양지영이 체를리나 역을 맡았다. 이 외에도 소프라노 노정애(돈나안나 역), 베이스 장성일과 김대영(레포렐로 역), 베이스바리톤 김종표(마제토 역), 베이스 전준한(코멘다토레 역)과 돈오타피오 역의 테너 김세일, 김유중 등이 출연한다.
오페라 '돈조반니'의 가장 큰 매력은 사랑, 증오, 복수, 연민 등 시시각각 변하는 다양한 감정이 달콤한 아리아에서부터 격정적이고 드라마틱한 앙상블의 변화무쌍한 음악으로 표현되어 3시간에 육박하는 공연이 한 순간도 지루할 틈이 없다는 점이다.
그는 "이번 무대에서 때론 아름답고 발랄한가 하면 일순간 장중하고 비극적이다가 다시금 유쾌하고 활기 넘치는 모차르트 특유의 변화무쌍한 음악을 명쾌하고 빈틈없는 해석의 긴장감 넘치는 오케스트레이션으로 풀어냄으로써 관객들을 작품의 중심으로 인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파격적이고 창의적인 작품 해석에 걸맞 현대적이고 독특한 무대디자인도 주목받고 있다.
무대 위로 거대한 기중기가 보이고 현대적인 느낌의 아파트와 여관이 등장하기도 하며 때때로 건설현장 한가운데 버려진 거대한 사과가 배경을 이루기도 한다. 거대한 기중기는 돈조반니의 자유의지와 창조성을, 버려진 거대한 사과는 우리 시대에 버려지는 소중한 가치나 지켜야 할 것들을 의미한다고 한다. 관람료 2만~8만원. (02)586-53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