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베를린영화제 주인공은 '중국'
2014-02-17 14:18
영화 '백일염화', 황금곰상ㆍ남우주연상 '2관왕' 싹쓸이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이 올해 베를린 영화제의 주인공이다. 미국과 프랑스는 조연에 불과했다.”
“판다의 고향 중국이 베를린영화제의 ‘황금곰’과 ‘은곰’을 싹쓸이 했다.”
해외 언론에서 제64회 베를린영화제에 대해 쏟아낸 평가다.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는 중국 영화가 주요 부문 트로피를 휩쓸면서 중국 영화인들의 축제의 장이었다.
15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 베를리날레 팔리스트에서 열린 제64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댜오이난(刁亦男 ) 감독의 중국 범죄 스릴러 영화 ‘백일염화(白日焰火ㆍBlack Coal,Thin Ice)’ 는 최우수작품상(황금곰상)과 남우주연상 2관왕의 영예를 차지했다.
중국 영화가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한 것은 2007년 왕취엔안(王全安) 감독의 ‘투야의 결혼’ 이후 7년 만이다.
구이룬메이(桂綸美), 랴오판((廖凡), 왕쉐빙(王學兵) 주연의 영화 '백일염화'는 정통 느와르식 범죄 스릴러 영화다. 1999년 중국 동북지방의 작은 도시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던 중 중상을 입은 채 가까스로 살아남은 전직 경찰관이 5년 후 또 다시 발생한 연쇄살인사건을 조사하게 되면서 수년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던 여인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올해 처음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에 도전한 댜오이난 감독은 “오랫동안 이뤄지지 않았던 꿈이 실현됐다는 것을 도무지 믿을 수 없다”고 수상소감을 말했다.
상하이희극학원에서 연기를 전공한 랴오판은 그동안 드라마 ‘굿바이 벤쿠버’, 영화 ‘집결호’ ‘실연 33일’ , ‘양자탄비’ 등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주 조연급으로 출연하며 연기력을 쌓았다. 최근에는 성룡 감독 권상우 유승준 주연 '차이니즈 조디악'에 조연급으로 출연해 국내 관객들에게도 얼굴을 알렸다. 랴오판은 이번 수상을 계기로 탄탄한 연기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중국 영화는 1988년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의 '붉은 수수밭'을 시작으로 1993년 셰페이(謝飛) 감독의 ‘향혼녀’, 2007년 왕취안안 감독의 '투야의 결혼'이 잇따라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앞서 세 작품이 중국 전통적 색채가 강하게 풍기는 오리엔탈리즘이나 은유적인 표현기법에 기댄 예술적 영화로 심사위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면 '백일염화'와 '추나'는 서양적 필름표현 기법으로 중국 사회의 변천과 중국인의 삶을 적나라하고 사실적으로 그려내 현실주의적 색채가 짙은 상업장르의 영화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베를린 영화제에는 유난히 중국인 스타들의 모습도 많이 눈에 띄었다.
심사위원에 위촉된 량차오웨이(梁朝偉)가 부인 류자링(劉嘉玲)과 함께 레드카펫에 모습을 드러낸 것을 비롯해 영화 ‘백일염화’ 댜오이난 감독과 남녀 주인공 구이룬메이와 랴오판, 그리고 ‘추나’ 러우예 감독과 여주인공 황루(黄璐), 경쟁부문에 올랐던 영화 '무인구(無人區)' 주인공 위난(余男), 쉬정(徐峥), 황보(黃渤), 이밖에 차이밍량(蔡明亮)과 천궈(陳果) 감독, 그리고 장자후이(張家輝), 우옌쭈(吳彦祖) 등 중화권 스타들이 베를린 영화제를 찾았다.
칸영화제, 베니스영화제와 함께 3대 국제영화제로 꼽히는 베를린영화제는 시대상을 반영한 정치사회적인 색채가 강한 것이 특징이다. 두 영화제에 비해 역사가 짧고 영화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