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본태박물관' 소송 취소…현대와 SK 원만한 합의

2014-02-17 03:37
현대-SK '가처분 신청'…지난 15일 양자 합의 이끌어

▲본태박물관 전경.아주경제DB


아주경제 진순현 기자=현대가(家)와 SK 대기업간 법정싸움으로 비화됐던 ‘제주 본태박물관’ 소송이 원만한 합의를 이끌면서 그동안의 갈등이 봉합될 전망이다.

제주지방법원에 따르면 본태박물관 측인 현대가에서 SK핀크스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이 지난 15일 양자간 합의가 진행돼 취소 신청될 예정이라고 17일 밝혔다.

본태박물관의 가처분 신청은 지난해 12월 초 SK핀크스 비오토피아 리조트공사 공정에 포함한 연못 변경에 대한 서면 합의를 근거로 ‘합의서 위반’이란 점을 들어 SK핀크스를 상대로 제주지법에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합의서 위반 근거로는 SK핀크스가 조경의 가장 핵심적인 기능을 하는 연못의 1/3 침해하고 탁 트인 조망을 가리는 등 '공사 전 합의를 어겼다'는 점을 들었다.

이와함께 그동안 본태박물관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조망권 침해 3층 콘도 건축 반대 △층수 하향 요망 △박물관 경관의 핵심 요소인 연못 훼손 반대 △원형유지 요망 등 ‘조망권 침해 3층 콘도 건축 및 연못 훼손 반대’ 서명운동을 병행해 추진해 왔다.
 

합의의 의미는? 갈등 봉합…세계적 건축가 '안도 타다오' 예술작품 파괴 논란에 사태 확산

서귀포시 안덕면 상천리 SK핀크스 바로 옆에 위치한 본태박물관은 2012년 11월3일 고(故)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부인인 이행자(69) 여사가 설립했다.

박물관에는 이 여사가 현대가의 며느리로 살면서 40여년간 모아온 수집품들로 채워졌다.

설계는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맡았다.

양자간의 갈등은 SK가 지난해 10월 본태박물관 바로 옆에 새 휴양리조트 'SK핀크스 비오토피아'를 조성하기 위한 공정에 들어가면서 시작됐다.

SK핀크스 비오토피아에는 1만7400여㎡부지, 지하1층 지상3층 연면적 4800㎡규모로 휴양콘도 40실과 수영장, 테니스장 등 운동시설 등이 들어선다.

하지만 문제는 첫 계획부터 틀어지기 시작했다.

박물관 측에서 “조망을 가린다”고 반대하고 나섰다.

이어 SK는 “박물관 조망권을 보호하려면 건축물 위치를 바꿔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연못 일부를 메워야 한다”고 제시한다.

이에 건축가 안도가 지난해 10월 본태박물관에게 편지로 보내 “미술관을 설계했을 당시 처음부터 연못을 포함한 주변 경관과 미술관 건축을 하나로 묶어진 환경으로서 계획을 했다. 그것이 중요한 컨셉이다” 며 “SK가 연못의 크기와 형태를 고친다면 내가 설계한 박물관의 일부분에 손을 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사건은 일파만파 커지게 됐다.

이번 양자간의 원만한 합의는 자칫 국내 대기업과 세계적인 일본 건축가 안도와의 치욕적인 흙탕물 싸움이 될 뻔한 사태를 조기에 불식시킴으로 써 그와도 원만한 합의를 이끌것으로 보인다.

SK핀크스 상대 공사중지 가처분 소송 불씨는…본태박물관 초기 공사때 부터 

거슬러 이번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1년 초 본태박물관을 지으려 할 때부터 시작됐다.

SK핀크스 비오토피아 단지 입주자들은 바로 앞에 박물관이 조성되면 관광객들이 왕래로 번잡해지고 사생활 침해가 이유였다.

이에 SK핀크스와 박물관은 토지 교환을 추진해 서로 소유 부지를 교환한 뒤 새 땅에 박물관을 짓게 됐다.

그러나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박물관을 설계할 당시 컨셉으로 잡은 8200㎡ 면적의 연못이 새 부지에는 없었다.

어쩔수 없이 SK핀크스는 자체 소유 부지에 2000㎡ 연못을 파주고 문제를 해결했다.

아울러 합의과정에서 SK핀크스와 박물관은 ‘연못은 상호 서면합의가 없는 한 변경하지 못한다’고 서면으로 협약을 맺게 된다.

원만한 합의…현대와 SK 갈등을 딛고 사이좋은 이웃으로  

지난해 12월 초 본태박물관 측이 SK핀크스를 상대로 제주지법에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자칫 현대가와 SK간 자칫 법정싸움으로 비화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연못은 단순한 설계변경이 아닌 박물관의 일부분이다”는 박물관 측과 “리조트 건설 후 합의서에 맞게끔 조정하겠다”고 주장하는 SK핀크스의 첨예한 대립은 평행선을 긋는 듯 했다.

하지만 합의로 인해 모두가 우려했던 목소리와는 달리 갈등을 말끔히 씻고 사이좋은 이웃으로 재탄생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