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랩' 위기감 고조 … 실적 향상 '터닝포인트가 없다'
2014-02-11 15:38
아주경제 장윤정 기자 = 대한민국 대표 보안업체로 불리는 안랩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안랩 대표 제품인 백신 'V3'의 선두자리를 탈환하기 위해 국내외 백신업체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고 네트워크 제품군 개발을 진두지휘해왔던 김홍선 전 대표는 회사를 떠났다.
안팎으로 어려운 안랩의 상황을 증명하듯 지난해 안랩 실적도 최악이다.
안랩은 11일 내부 결산 결과 2013년에 매출액 1334억원, 영업이익 54억원, 순이익 55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5%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59%, 순이익은 63% 감소했다. 안랩 역사상 순이익이 이정도까지 내려간 기록은 드물다.
관련 업계에서는 안랩의 대한민국 최고 백신ㆍ네트워크 보안 회사라는 타이틀이 위험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2년마다 안랩과 하우리가 번갈아가며 수주했던 국방부 백신사업은 올해 잉카인터넷이 가져갔다. 잉카인터넷은 이번 국방부 백신 수주를 기점으로 백신 사업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이를 기회로 안랩의 점유율이 높은 공공, 금융 시장에서 영업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외국계 기업의 도전도 거세다. 러시아 최대 백신업체인 카스퍼스키랩이 지난해 말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금융기관 및 대기업 대상 영업 강화를 선언했다. 카스퍼스키랩은 연 매출만 7000억원이 넘는 글로벌 백신업체로 안랩보다 6배가 넘는 덩치를 자랑한다.
또한 백신과 함께 안랩 제품군의 주요 축을 차지하고 있는 네트워크 보안 사업 역시 위태롭다는 지적이다. 안랩이 네트워크 보안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지난 2005년 코코넛을 인수하면서부터지만 코코넛은 시스코 등 네트워크 보안제품 유통을 중심으로 하던 회사다. 실제 안랩이 본격 네트워크 제품을 개발, 생산한 계기는 2007년 김홍선 사장이 세운 시큐어소프트를 인수하면서부터다.
네트워크 보안제품 라인을 세우고 연구, 개발하던 김홍선 사장이 떠난 후 안랩의 네트워크 보안 제품 개발을 진두지휘하던 키 마스터가 사라졌다는 것. 안랩은 지능형지속위험(APT) 방어 솔루션 등에 대한 연구개 발투자 및 개발인력 증가 등 중기적 성장을 위한 선행투자가 전년도 영업이익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설명했지만 안랩 내부에서도 김홍선 사장이 떠난 후 네트워크 보안 제품 개발 및 기술 지원이 예전만 못하다는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안랩의 설립자인 안철수 의원의 정치적 행보도 안랩의 실적에 도움이 되지 않는 형편이다.
실제 안랩의 경쟁사인 한 보안업체는 "지난해 국감에서 안랩이 보안제품이 국제성능평가테스트 시 낮은 성능을 기록했다는 등 지적을 받은 이후 공공, 금융에서 윈백 사례가 증가했다"며 "지자체 수장들이 현 여당일 경우 안랩에서 타 제품으로 백신을 바꾸라는 지시도 적잖아 따로 영업을 하지 않아도 공공에서의 수주가 심심치않게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국감에서 지적된 것처럼 해외시장에서의 매출도 변변치않은 안랩이 국내에서마저 위상을 잃고 있다. 갈수록 낮아지는 순이익을 회복할 터닝포인트가 무엇일지 현재로서는 막막하다.
추락하는 안랩에 날개가 있을지 안랩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