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월 수주량 1위 등극 기쁨보다 ‘중국 급감’이 더 우려

2014-02-09 17:10
춘절 연휴 등으로 인해 중국 수주량 절반 수준 급감
2월 이후 추세 지속될 경우 조선업 침체 및 중국경제에도 부담될 듯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한국 조선업계가 지난달 1월 수주량이 10년 만에 1위를 차지했다.

1월은 전년에 진행했던 계약 협상이 이월된 물건이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연간 전체 실적을 놓고 볼 때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실제로 한국 조선업이 전 세계 1위를 지속했던 당시에도 1월 수주량은 일본과 유럽 등이 크게 앞섰다.

문제는 그동안 신조 수주시장의 절반을 차지했던 중국의 수주량이 전년 동기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고, 엔저 현상으로 강세를 보였던 일본도 회복세가 주춤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1월 실적 부진은 올해 약세가 예상되는 글로벌 조선시장에 있어 한층 불안감을 키워준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10일 글로벌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수주량은 168만1363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 52척을 기록해 이 기간 전 세계 선박 발주량 270만1604CGT의 45.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연도별 1월 실적 기준으로 한국이 1위에 오른 것은 지난 2004년(34.9%) 이후 10년만이다. 또한 1월 점유율 45.4%는 클락슨이 통계를 공개하는 1996년 이후 처음이며, 수주량이 50척 이상, 수주 선박의 부가가치를 더한 CGT가 100만을 초과한 것은 2008년(300만4630CGT, 96척) 이후 6년 만이다. 2004년 당시에는 일본을 누르고 1위에 올랐으며, 중국을 제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4년 1월에는 새해 신년과 설날 연휴이 몰려 있어 수주 영업일수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수주량이 급증한 것은 지난해부터 이어졌던 협상이 1월에 마무리 된 것들이 많았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 이외에도 현대미포조선과 성동조선해양 등 중소형 조선사들이 일찌감치 첫 수주 계약을 따내 전체적인 수주량 증가에 기여했으며, 선주사들이 기존 계약 때 체결했던 옵션을 행사한 사례도 많았다.

최슨 수년간 국내 조선업체들이 저가·저기술 범용 선박 대신 고기술·초대형 선박 영업에 집중한 것도 전반적인 신조 발주시장 침체 속에서도 의미있는 성과를 이뤄낸 원동력으로 꼽힌다.

물론 1월 실적만 놓고 이러한 분위기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중국의 수주량 급감을 어떻게 봐야 할지 해석이 분분하다. 중국의 1월 수주량은 60척, 125만8588CGT였다. 1월 수주량이 척수 기준으로 두 자리 수대로 떨어진 것은 2003년 1월(72척) 이후 11년만이다. 춘절 연휴가 긴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통상 중국은 춘절이 끼여있는 2월 수주량이 급감하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같은 추세를 따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만약 2월에 수주량이 급증할 경우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2월에도 수주 실적이 시원치 않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중국은 워낙 많은 조선소들이 있기 때문에 일정 수량 이상 규모의 수주를 이어가야 업계가 버틸 수 있다. 중국의 수주량이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은 저가 범용선박 발주 시장이 침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뜻하며, 이는 전체 조선업계에 다시 불황이 올 것이라는 강력한 신호다. 물론 중국도 한국을 뒤쫓기 위해 고부가가치·초대형 선박 건조 시장 진입을 추진중이지만 아직까지 기술적인 면에서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고부가가치 선박 영역에서 한국의 빅3에 밀리고, 저가선박 수주가 부진하다면 자국업계 전반은 물론이거니와 고용창출과 각 지자체의 핵심 산업으로 취급받고 있는 조선업이 무너져 중국 전체 국가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