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몰린 황창규 KT호 리더십…전화위복 계기될까
2014-02-09 17:00
황창규 KT 회장, 취임 보름 만에 드러낸 ‘속전속결’ 승부수
아주경제 송종호 기자= '속전속결'. 지난달 27일 취임한 황창규 KT 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놓고 업계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원래는 싸움을 오래 끌지 않고 되도록 빨리 끝장을 본다는 뜻을 갖고 있다.
황 회장은 최근 KT의 자회사 KT ENS가 연루된 사상 최대 규모의 대출 사기 사건에 발 빠르게 대처하면서 다시 한번 전광석화와도 같은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3000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의 사기대출 사건을 놓고 '네탓' 공방을 벌이는 은행들이 KT를 겨냥하고 나선 가운데 KT는 KT ENS를 통해 책임론을 반박하고 나서 주목된다. 기존 어떤 사안에 대해 '선확인 후대응' 전략을 주로 펼쳤던 KT로서는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KT ENS는 이번 사건은 직원 개인의 행위로 회사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대출 서류 검증에 소홀한 은행 측이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KT ENS는 대출의 기반이 된 세금계산서가 수기로 작성됐다는 점을 들었다. 지난 2011년부터 법인사업자는 전자세금계산서 발행이 의무화됐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KT ENS는 대출과정에서 이용된 종이 세금계산서는 2011년 이후 법인 간 거래에서 전혀 사용한 사실 없다는 점도 밝혀냈다.
이 같은 결과 은행이 수기로 작성한 세금계산서 거래를 의심하지 않았다는 자체가 실수라는 설명이다. 도의적 책임은 감수하겠지만 잘잘못은 분명하게 소명해 물타기식 비난여론을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KT ENS 사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이 같은 대응은 황 회장의 지시로 나왔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KT ENS는 사장직이 공석이어서 변호사와 담당 직원 등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들의 책임론을 반박하는 것 이외에도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법률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앞으로 경찰은 물론 금융감독원 등 관련 수사기관과 적극적으로 협력한다는 내부방침도 정했다.
전문가들은 아직은 조심스런 입장이다. 아직 경찰의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어느 한쪽의 잘못으로만 몰아가기에는 성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지수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변호사는 “이번 사건이 직원들 개인 수준의 비리라면 KT에 관리 감독의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KT ENS가 개별적인 자회사이기 때문에 더 큰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며 “확실한 것은 금융 당국과 경찰의 수사 결과가 나온 뒤에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황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임원 인사를 단행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회사 외부로 밀려났던 통신 전문가들을 다시 불러들이고 현장 인력을 대거 임원으로 끌어 올렸다. 이어 삼성출신 인사를 재무실장으로 임명하는 등 KT를 황 회장 방식으로 재편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취임 후 보름 동안 이뤄졌다.
업계는 이번 사건이 최근 금융권의 잇단 사고와 더불어 KT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지만 황 회장의 발빠른 수습이 주효할 경우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황 회장이 취임 직후 어려운 관문을 만났지만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조직개편에 대한 직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이번 문제를 잘 해결한다면 KT그룹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