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라, "디자인이 밥 먹여준다"

2014-01-29 14:09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 KOTRA는 29일 '디자인이 밥 먹여준다' 보고서를 통해 부가가치 향상을 위한 핵심도구가 바로 디자인이며, 우리 업계는 디자인 역량을 적극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술의 상향평준화로 갈수록 상품이 범용화 되는 오늘날, 디자인이 제품을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이탈리아, 독일, 영국, 네덜란드 등 유럽 11개국의 대표 디자인 제품과 디자이너 육성 인프라를 조사하고 우리 기업의 수출경쟁력 개선점을 도출해냈다.

KOTRA는 우리 기업의 디자인 기반 육성이 시급한 과제이며 이를 위해 유럽의 선진화된 디자인 환경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KOTRA가 유럽지역 소비자 27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디자인이 구매결정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 선택 시 디자인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는 소비자가 전체의 18%로 나타났으며, 디자인으로 인한 충동구매 경험이 있는 소비자는 80%에 달했다. 또한 응답자의 82%는 더 나은 디자인의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추가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답변해 디자인이 뛰어난 제품은 높은 가격에도 인기리에 판매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디자인을 중시함에 따라 유럽 기업들은 다양한 전략을 활용하며 디자인 경영에 투자하고 있다. KOTRA는 이들의 디자인 경영 성공사례를 토대로 유럽 디자인을 관통하는 4가지 코드를 다음과 같이 꼽았다.

우선 기술을 품은 디자인의 코드다. 이는 고도의 기술력과 세련된 디자인의 조화가 낳은 성과를 나타낸다.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협업해 자동화된 위생관리 기능과 깔끔한 디자인을 가미한 유라(Jura, 스위스/커피머신), 바람의 흐름을 타도록 설계해 시속 100km 강풍에도 뒤집히지 않는 우산을 만들어낸 센즈(Senz, 네덜란드/우산) 등이 성공사례로 꼽혔다.

둘째로 불멸의 디자인이 주는 진정한 가치의 코드다. 오랜 전통을 계승하여 새로운 디자인을 창출해낸 기업들이 이에 해당한다. 과거 유럽 왕족들이 애용했고 현재는 전 세계 소비자를 사로잡은 200년 전통의 명품 도자기 헤렌드(Herend, 헝가리/도자기), 고유의 인쇄방식을 변함없이 고수하며 세계 문구업계의 황금기준(Smythson Standard)을 제정한 130년 전통의 스마이슨(Smythson, 영국/문구)이 대표적인 사례다.

셋째, 스토리가 있는 디자인의 코드는 디자인에도 소통과 스토리텔링이 적용됨을 보여준다. 주요 사례로 제2차 세계대전 등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삼아 의류 디자인에 담아낸 히스토릭 리서치(Historic Research, 이탈리아/패션), 고객이 제안한 디자인을 반영한 신제품을 출시하여 경영난을 극복한 레고(Lego, 덴마크/완구)가 있다.

마지막으로 소재가 곧 디자인이 되는 코드는 재료를 새롭게 활용하여 발상의 전환을 이뤄낸 사례이다. 여기서는 콘크리트 소재의 한계를 넘어 가방, 액세서리 등 다양한 고급 제품을 선보인 이반카(Ivanka, 헝가리/콘크리트 타일), 폴리카본(poly carbon)을 비롯한 신소재와 독특한 디자인으로 주목받은 ‘히든챔피언’ 리모와(Rimowa, 독일/가방)를 소개한다.

이처럼 유럽 기업들이 디자인 경쟁력을 보유하게 된 배경에는 각국의 디자인 육성 인프라가 큰 역할을 담당했다. 세계적 수준의 디자인학교와 정부 지원체계를 통해 유능한 디자이너들을 끊임없이 양성함은 물론 각종 전시회와 시상식에서 자연스럽게 등용되는 구조가 마련되어 있어 유럽의 디자인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우리 정부도 디자인에 주목하며 2013년 11월 발표한 '디자인 산업융합전략(2013~2017)'을 통해 디자인을 창조경제의 핵심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정책을 밝혀 향후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될 전망이다. 

KOTRA 정종태 유럽지역본부장은 “이제 소비자들은 단순히 기능적으로 뛰어날 뿐 아니라 와우팩터(Wow-factor, 소비자의 탄성을 유발하는 요소)를 갖춘 제품에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 있으므로 우리 기업들도 디자인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