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분양, 떼분양 마케팅… 개인정보 보호 사각지대

2014-02-02 22:56
개인정보 소홀히 다뤄… 제도 개선·보완 필요

오피스텔 청약 등 주택 시장에서도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서울에서 분양한 오피스텔 모델하우스(해당 사진은 기사와 상관 없음). [아주경제 DB]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 수익형 부동산 청약이나 아파트 분양 마케팅시장이 개인정보 보호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청약 경쟁률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대리 청약을 하거나 예비 청약자들을 대상으로 분양 마케팅을 펼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개인정보 보호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또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오피스텔 등의 경우 통상 현장에서 청약 접수를 받게 된다. 지난 2012년 4월부터 금융결제원을 통한 인터넷 청약이 가능해졌지만 의무조항이 아니고 선호도가 높지도 않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문제는 오피스텔 청약방식의 특성상 경쟁률을 '뻥튀기'할 수 있어 대리 청약이 성행한다는 점이다. 보통 아파트는 청약통장을 사용해 청약하고자 하는 단지의 주택 한곳만 청약 접수해야하지만 오피스텔은 1개의 명의로 여러 실에 청약할 수 있다. 군별로 청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개의 오피스텔에 4개 청약군이 있다면 4구좌까지 접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한구좌당 청약금은 100만원이며, 청약에 실패해도 환불받을 수 있다. 오피스텔이 인기를 끌던 시기에 청약자가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구좌에 접수했던 것이 이제는 청약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사용되는 추세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업자들이 예비 청약자들과 분양 상담 등에서 모았던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오피스텔 청약 시 업자들에게 '100명에 얼마' 식으로 수수료를 주고 대리 청약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청약 당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던 서울 강남권 S오피스텔도 부동산 업자들이 보유한 개인정보를 활용한 대리 청약으로 시행사로부터 적지 않은 수수료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원칙적으로는 이같은 대리 청약 시 청약자의 동의가 있어야 하지만 다수를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진행되다 보니 무단 도용 등의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분양업계 관계자들은 귀띔했다.

미분양 아파트를 파는 마케팅에서 흔히 쓰이는 조직분양(일명 떼분양)에서도 예비 청약자들의 개인정보는 사실상 방치된 상황이다. 떼분양이란 수십명 이상의 상담원들이 개별로 마케팅을 벌여 계약 건당 수수료를 받는 판매 방식이다.

한 분양대행사 대표는 "인적정보를 활용하는 MGM(Members get members) 방식이다 보니 연락할 수 있는 고객 확보가 중요하다"며 "과거 분양상담 시 확보했거나 이동중개업소(떴다방)로부터 받은 개인정보 명단이 통용되는 것이 보통"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모델하우스를 한번 들렀을 뿐인데도 본인도 모르게 거주지와 이름, 전화번호 등이 업자들 사이에서 거래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른 지속적인 분양 마케팅 문자 및 전화 등으로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게 생겨나고 있다.

정부도 아파트 청약 등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 강화에 나서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금융결제원 및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공문을 보내 주택 청약과 관련한 정보들을 철저히 관리하라고 지시했다.

단 본인 동의 아래 투자 목적으로 제공했던 개인정보가 공공기관이 아닌 일부 업자에 의해 유통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정부가 따로 규제할 수 있는 방도가 없다는 것이 국토부의 입장이다.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의 인터넷 청약 의무화도 인터넷 이용이 어려운 계층과의 형평성 등이 걸림돌이다. 장우철 국토부 주택기금과장은 "오피스텔 등 인터넷 청약을 의무화한다고 해서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한다고 할 수 있을지는 생각해볼 문제"라며 "건전한 청약문화 조성과 청약 절차 간편화 차원에서 활성화 방안에 대해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