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금융불안에 코스피-아시아 증시 동반 급락

2014-01-27 17:19

아주경제 이규진·박정수 기자= 아르헨티나발 신흥국 통화 위기가 아시아 증시를 일제히 끌어내렸다.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 급락과 외환보유액 고갈, 정정불안 등이 심화되며 신흥국 금융시장에 위기설이 피어났기 때문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0.22포인트(1.56%) 내린 1910.34로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1900선이 무너지면서 1899.76까지 밀렸다. 코스피가 1900선이 무너진 것은 지난해 8월 28일(1884.52) 이후 5개월 만이다.

일본의 닛케이 지수도 이날 2.5% 하락했다. 장중 2.8% 하락하면서 올해 처음으로 1만5000선이 깨기도 했다.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는 1.0% 떨어졌고 홍콩의 항셍지수는 2.1% 하락했다.

인도네시아 JSX 지수와 태국의 SET지수도 각각 2.8%, 2% 떨어졌다. 대만의 가권지수는 1.6%,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즈 지수는 0.8% 하락했다. 뉴질랜드의 NSZ50 지수도 0.4% 소폭 미끄러졌다.

아시아 증시는 올해 초부터 불안했다. 올해 들어서만 항셍지수는 5.8%, 코스피는 5.1% 하락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조정은 아르헨티나 디폴트 우려와 함께 신흥국의 공통적인 위험인 미국의 추가적인 양적완화 축소 때문이다”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통해 추가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으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가치는 여전히 하락세를 보였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는 달러당 0.53%,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0.52% 떨어졌다. 말레이시아 링깃화, 태국 바트화 가치는 각각 0.36%, 0.25% 하락했다. 인도 루피화 가치도 0.09% 떨어졌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가치는 달러당 11.15랜드로 0.59% 하락했다.

특히 아르헨티나 위기가 주변 중남미 국가로 전염되고 외국인 자금 이탈이 확대될 경우 신흥국 증시는 전반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아르헨티나와 교역규모가 큰 브라질 등 남미국가로 외환위기가 전염되고, 최근 정국 불안정을 보이는 터키·태국 등으로 외국인 자금이탈이 확산될 경우 신흥국 전반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코스피의 경우 1800선까지도 밀릴 수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투자자들이 신흥시장 혼란이 가중되자 리스키한 투자에서 안전자산처로 자금을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하락한 반면 안전자산인 엔화 가치와 금값은 상승했다.

엔화 가치는 지난해 6월 이후 7주만에 최고 강세를 나타냈다. 지난주에만 무려 2%나 급등했다. 금값도 이날 0.3% 상승했다.

도쿄의 사이슨에셋의 세시모 테츠오 애널리스트는 “아시아 증시전망의 희망은 사라진 상태”라며 “시장은 지난해 말부터 피어오른 증시 모멘텀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