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정보유출 사태, M&A 흥행에도 찬물?
2014-01-27 17:07
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사상 초유의 금융권 고객정보 유출 사태가 금융사 인수·합병(M&A)시장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금융권 M&A시장의 큰손으로 여겨졌던 KB금융그룹에 악재가 겹치면서, 당초 기대와 달리 M&A 흥행이 크게 차질을 빚을 것이란 관측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사의 고객정보 유출 사태가 우리금융그룹 민영화를 비롯해 금융사 M&A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KB금융이 이번 사태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는 게 문제다.
올해 M&A와 관련해 최고 관심사는 단연 KB금융의 우리금융그룹 민영화 참여 여부다. KB금융은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포기한 후 증권 부문 강화를 위해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도전했지만, 우투증권 인수마저 농협금융그룹에 밀렸다.
그러나 KB금융이 다른 주요 증권사나 보험사 인수에 적극 나서는 것이 기정 사실화 됐었고, KB금융이 다른 대형 증권사나 보험사를 인수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이번 정보유출 사태로 KB금융지주를 비롯해 국민은행 임직원들이 대거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당초에 예상됐던 KB금융의 M&A 추진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KB금융, 국민은행, KB국민카드 경영진 27명은 고객정보 유출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향후 M&A 시장에 나올 대형 매물로 현대증권, LIG손해보험 등이 있지만 KB금융이 M&A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임영록 KB금융 회장도 "당분간 정보유출 사태를 수습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KB금융이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한 M&A를 중단하진 않겠지만, 현재로선 M&A에 역량을 집중하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특히 우리은행 매각에 KB금융이 참여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현재 교보생명 등이 우리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KB금융이 참여해야 우리은행의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도쿄지점 부정비리, 고객 정보 유출 등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독 KB금융에 악재가 겹치고 있다"며 "더군다나 KB금융이 ING생명 한국법인, 우리투자증권 인수 등에 실패했기 때문에 우리은행 M&A 참여에 더욱 위축될 가능성도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미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 M&A도 정보유출 사태로 진행 과정이 지체되고 있다. 우투증권 패키지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인 농협금융지주가 연초부터 실사를 시작했지만, 이번 정보유출 사태가 터지면서 실사 작업이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농협금융 고위 관계자는 "일각에선 인수 가격을 두고 협상을 지연시킨다는 얘기가 있지만, 전 금융권이 정보유출 사태 수습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우투증권 본계약 체결이 계획보다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보유출 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계열사간 정보공유를 제한하기로 한 점도 금융사의 M&A 의지를 꺾을 수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계열사간 정보 수집·공유 제한은 금융지주의 가장 중요한 장점 중 하나인 계열사간 시너지 창출에 적지 않은 제약 요인"이라며 "금융회사의 M&A 활성화를 통한 대형화 등이 선행돼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