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소송 결정에 담배업계 '강력 반발'

2014-01-26 14:14

아주경제 전운 기자 =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업계를 상대로 대규모 소송을 진행할 것으로 결정하자, 담배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흡연으로 인한 의료비 지출 등 건보공단의 주장이 맞지 않다며 담배업계는 강하게 맞서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담배업계를 상대로 수천억원대의 소송을 진행하기로 했다. 건보공단은 지난 24일 열린 이사회에서 담배 소송 안건이 표결을 거친 끝에 과반수로 의결됐다고 밝혔다.

건강보험공단은 2012년 기준 한해 1조7000억원이 폐암 등 흡연 관련 질병으로 쓰이고 있다며, 흡연과 관련이 확실히 증명된 후두암 등 질병 수에 따라 최소 130억원에서 최대 3300억원 가량의 소송 규모가 예측된다고 밝혔다.

이같은 건보공단의 움직임에 담배업계는 유감을 표했다. 특히 건보공단의 '담배 피해 추적 조사'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담배협회는 "건강보험공단의 담배 피해 추적 조사는 표본의 대표성도 없고, 진료비 산정 오류까지 발견된다. 앞으로 10년이 걸릴 지 모르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드는 소송보다 현재 징수하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담배세제를 개편하는 편이 건강보험 재정 문제 해결에 더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앞서 1999년부터 흡연으로 인해 폐암 등에 걸렸다며 흡연자가 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은 3건 가량이 있었는데, 모두 패소했으며 현재는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에 계류 중이어서 이번 소송도 패소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했다.

특히 건보공단의 결의에 대해 "공공기관이 법적 소송을 벌이려면 그 이유와 승소가능성, 소송액 등 구체적인 내용이 있어야 하며, 특히 감독기관인 상급기관(복지부)과 긴밀하게 협의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협회 측은 이와 함께 담배소송으로 2002년 이전에 정부가 담배사업을 하던 시설까지 문제가 되기 때문에 자칫 정부가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한국담배협회는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이미 고율의 세금이 부과되고 있는 담배산업에 대한 소송 제기는 건보공단의 재정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흡연자들에게 합당한 수준을 크게 넘어서 의료 비용을 부담토록 강요하는 무모한 행동"이라며 "건보공단은 흡연자들의 주머니를 털거나, 납세자들의 세금으로 막대한 비용을 들여 소송을 하기보다는 외국의 유사한 소송이 실패로 끝난 사실을 인식하고, 건보공단 재정 문제에 대한 진정한 해법을 찾는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회에 따르면 흡연자들은 현재도 매년 약 7조원 가량의 세금을 납부하고 있으며 이 중 1조5000여억원이 국민건강증진부담금으로 부과된다. 이는 전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일 뿐 아니라, 건보공단이 흡연으로 인해 생긴 질병을 치료하는데 사용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연간 보험금을 보상할 수 있는 금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보공단이 추가적인 재정 확보를 위해 이미 어느 산업보다도 엄격한 규제로 관리되고 있는 담배업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소비자로부터 더 많은 돈을 염출하려는 시도로 보인다는 게 협회측 주장이다.

협회는 "이는 궁극적으로 흡연자들이 이미 지급하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에 더해 이중으로 세금 부담을 떠안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는 형평성과 합리성을 잃은 조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