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수상한 그녀’ 황동혁 감독 “배우 공유 흥행만큼 성적 기대”

2014-01-23 16:00

[사진=이형석 기자]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될 수 있다는 말처럼 한 영화에서 만난 배우와 감독이 다음 작품 때는 흥행을 놓고 각축을 벌이기도 한다. 황동혁(43) 감독과 배우 공유는 다행히 잘 피해갔다.

공유는 원신연 감독의 영화 ‘용의자’로 한국 액션 영화의 새 장을 열었다. ‘용의자’는 할리우드의 액션 대작 ‘본’ 시리즈나 ‘테이큰’ ‘솔트’에 전혀 뒤지지 않는 액션으로 관객의 눈을 즐겁게 했다. 구랍 24일 개봉했다.

황동혁 감독의 코미디 영화 ‘수상한 그녀’는 지난 22일 선을 보였다. ‘수상한 그녀’는 걸쭉한 욕쟁이 칠순 할매 오말순(나문희) 여사가 가족들이 자신을 양로원에 보내려는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시작된다. 아들 반현철(성동일)을 교수로 키웠다는 자부심 하나로 억척스럽게 살아온 노모는 깊은 회의감을 느낀다.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모습을 남기고 싶었던 오말순 여사는 영정사진을 찍기 위해 ‘청춘사진관’에 들어간다. “50년은 젊어 보이게 찍어드리겠다”는 사진사(장광)의 말은 현실이 된다. 하지만 겉모습만 20대, 말투나 행동은 70대 그대로, 그게 바로 수상한 그녀 오두리이다.
 

[사진=이형석 기자]

두 사람은 2011년 영화 ‘도가니’에서 감독과 배우로 만났다. 개봉 간격이 한 달여로 차이를 보이지만 ‘용의자’가 흥행에 성공하며 장기간 박스오피스의 한 축을 담당, 결국 23일 ‘수상한 그녀’가 ‘용의자’를 밀어내고 3위로 출발했다. ‘용의자’는 5계단 하락한 8위에 랭크됐다.

‘확실한 맞대결’은 아니지만 개봉 시기가 겹치는 ‘웃어도 될 상황’이 된 것.

이에 대해 황동혁 감독은 최근 서울 통인동 카페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얼마 전에 공유와 만나 술을 마셨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용의자’가 손익분기점을 넘었고 액션 스타로서 공유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매우 기뻤다”며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황 감독은 “‘잘못하면 동시 개봉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개봉하기 훨씬 전에 만나 서로 ‘도가니’의 두 사람이 싸운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회상했다.
 

[사진=이형석 기자]

“공유가 ‘감독님. 저 때문에 망했다는 얘기는 듣고 싶지 않아요’라고 너스레를 떨더라고요.(웃음) ‘수상한 그녀’의 성적은 ‘용의자’ 스코어 정도였으면 좋겠습니다.(웃음) 400만 정도? 500만이면 (심)은경이와 진영(B1A4)이가 명동에 할머니, 할아버지 차림으로 프리허그를 하겠다는 공약을 실천할 수 있겠죠?”

‘수상한 그녀’는 ‘피끓는 청춘’과 ‘남자가 사랑할 때’과 같은 날 개봉했다. ‘수상한 그녀’만의 차별성에 대해 물었다.

“온 가족이 다 볼 수 있는 영화, 함께 봐도 어색하지 않은 영화, 자기만의 관점에서 영화를 보고 웃으면서 서로 얘기할 수 있는 영화”라고 답하면서 “일반 시사회에서 관객들의 반응을 보고 있었다. 어떤 커플 중 여성이 ‘정말 재밌었어’라고 말하자 남성이 ‘나중에 어머니 모시고 와서 다시 봐야겠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기분이 좋았다”고 회상했다.

“저는 항상 시사회 때마다 어머니를 모셨어요. 항상 ‘고생했다’ ‘수고했다’ 짧게 문자를 하셨는데. 이번에는 ‘영화 정말 재밌더라. 잘 만들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기분이 남달랐죠. 어머니께 보여드리고 싶은 얘기를 영화로 만든 거니깐요.”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한번 영화관을 찾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