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느는 환자에 제도는 뒷받침 못해

2014-01-09 14:03

아주경제 권석림 기자 = # 한 포털사이트가 50대 이상 회원 467명을 대상으로 노후에 가장 걱정되는 질병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59.7%가 치매를 꼽았다.

노인 사망 원인 1~2위를 다투는 암과 뇌졸중은 각각 17.1%와 15.6%에 그쳤다. 이밖에 심근경색(3.2%), 파킨슨병(2.1%), 신부전증(2.1%)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설문에 참가한 시니어들은 대부분 본인에 대한 걱정보다는 치매 환자를 돌봐야 되는 가족을 걱정했다.

◆ 사회적 비용 급증... 제도는 미흡

한 유명 가수 가족의 안타까운 비극에서 보듯 치매는 이제 가족에게만 맡길 수 없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65세 이상 치매인구는 2010년 47만여 명에서 3년 만에 6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65세 이상 전체 인구(약 600만 명)의 약 10% 수준이다. 노인 열 명 가운데 한 명은 치매 환자라는 얘기다.

정부가 나서야 하는 시점이지만 사회 안전망인 '제도'는 여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치매 간병을 가족이 전부 떠맡는 것이 가혹하다는 판단에 2008년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수급자 대부분이 치매환자임에도 중풍 등 다른 질병과 함께 묶여 있어서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등 미흡한 수준이다. 

치매 등으로 인한 심각성도 크고 사회적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응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경증 치매환자의 경우 단순히 간병 부담을 덜어주는 것 이상으로 인지능력이 나빠지지 않도록 돕는 전문적 프로그램도 절실하다.

현재 경증 치매환자를 전문적으로 돌볼 수 있는 주야간보호시설은 1400개 안팎으로 정원 기준 2만3000명에 불과하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나라 뿐만이 아닌 지구촌 모두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2년 기준 전 세계 약 3560만 명이 치매를 앓고 있으며, 2030년엔 치매인구가 6570만명, 2050년엔 무려 1억1540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빈곤국가와 소득중진국의 경우 노인인구가 급증하면서 치매환자도 크게 늘어나 2050년엔 이들 나라의 치매인구가 전 세계 치매환자의 7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서 치매 관련 치료와 간호 등에 들어가는 비용은 6040억 유로(한화 892조 8146억8000만 원)인 것으로 추산했다.

또 이 보고서는 치매가 급증하고 있으나 치매의 예방과 조기발견, 사후관리와 관련한 국가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나라는 8개국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고소득국가에서도 노인인구의 20~50%만이 정기검진에서 치매 여부를 검사받는 실정이다.

◆ 치매에 대한 인식 전환이 '답'

제도의 지원을 기다리기 전에 당장은 나와 가족은 물론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가 지금은 건강할지라도 미리 치매에 대한 자세한 정보와 현명한 대처법을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의는 △의료 치매는 막연한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예방이 가능한 질병이라는 인식 △증상이 호전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놔야 △치매는 치료할 수 없는 질환도, 감당할 수 없는 절망 그 자체도 아니며 함께 이겨나가 할 질병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꼽았다.

기억력이 전보다 못하다고 느낄 때 ‘나이 들면 누구에게나 생기는’ 정상적인 노인성 건망증이라고 여기지 말고 즉시 치매 전문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치매가 아니고 정상적인 수준의 기억력을 유지하고 있더라도 치매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인자가 발견되면 즉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서국희 동탄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병원의 전문 클리닉을 방문하면 즉시 치매 여부를 진단할 수 있다"며 "조기진단을 통한 예방만이 치매로 인한 사회적 부담을 경감시키는 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