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n to Run> 갑오년 기업별 경영 키워드는?

2013-12-31 06:01

아주경제 이재영ㆍ박재홍 기자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영을 화두로 다양한 이슈들과 함께 굴곡진 한 해를 보냈던 국내 기업들은 다가올 2014년을 앞두고 위기를 극복하거나 새롭게 시장을 선도해 나가기 위한 각자의 키워드를 제시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전자와 자동차 업계를 비롯해 총수 부재로 비상경영 체제를 이어가는 SK와 한화 등 각 기업들은 상황에 맞는 ‘맞춤형’ 키워드를 내세웠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12월23~24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삼성인력개발원 호암관에서 그룹 계열사 사장단이 한 자리에 모여 ‘마하경영’을 화두로 꺼내들었다.

마하경영은 지난 2006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전자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언급한 키워드이나 삼성그룹의 현재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로 다시 떠오른 것이다.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두며 규모 면에서 경쟁자인 애플을 제치고 스마트폰 부문에서 세계 1위 기업으로 올라섰으나, 그룹측면에서 보면 전자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사업구조와 스마트폰 이후의 먹거리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은 내부적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등의 자리에 올라선 뒤 그를 뛰어넘는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경영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삼성그룹은 마하경영과 함께 ‘초격차’, ‘CSV(공유가치경영)’ 등을 또 다른 키워드로 제시했다. 후발주자들이 쫒아오지 못할 정도의 기술력을 갖추고 공유가치경영으로 세계 일류 기업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현대차그룹은 ‘감성과 고품질’ 그리고 ‘마케팅 혁신’을 경영 키워드로 내세웠다.

지난해 초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강조했던 품질경영에 감성을 더해 세계 시장에서 현대차의 위치를 격상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최근 현대차 임원진의 국립현대미술관 관람 및 스위스 명품 시계의 벤치마킹 등의 노력을 해 왔다.

아울러 마케팅 혁신은 최근 국내 시장에서 급격히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수입차들을 따돌리기 위한 전략이다. 그동안 높은 국내시장 점유율에 안주하며 마케팅 전략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자체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 회장이 최근 “앞으로는 품질만 혁신할 게 아니라 마케팅 전략도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이 줄곧 강조해온 ‘시장 선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구 회장이 “시장 선도기업이 되기 위해 집중할 분야를 정하고 실질적 변화와 성과를 이끌어낼 것”을 당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특히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 분야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 LG전자가 차별화된 시장 선도 제품을 선정해 집중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여기엔 스마트폰을 비롯해 세탁기, TV, 에어컨, 냉장고 등이 포함됐다. 또 LG화학의 차세대 배터리와 LG디스플레이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등에 그룹사의 역량이 집중되고 있다.

SK는 총수 형제 구속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으로 계획 수립이 쉽지 않은 가운데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한 각 계열사 CEO들이 2014년 경영방침을 ‘위기 속 안정과 성장 추진’으로 정했다. 최태원 SK 회장의 경영공백에 따른 글로벌 신규사업 중단 등 경영차질을 최소화 하며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동시에 성장동력 발굴을 노력도 계속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김창근 의장은 “거시환경의 불확실성과 회장 부재라는 초유의 위기상황이지만 안정뿐 아니라 새로운 성장의 길도 반드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그룹은 2014년 인사에서 변동 폭은 크지 않지만 그룹의 주력인 에너지사업의 글로벌 시장이 좋지 않은 가운데 신성장동력으로 밀고 있는 반도체, 가스발전, 신소재 연관 계열사의 대거 승진과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한화도 총수 부재에 따라 그룹을 총괄하는 새해 경영전략 수립은 물론 정기 인사도 미루고 있다. 그룹측은 계열사별로 새해 경영계획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부재로 대규모 신사업 투자와 글로벌 사업 및 수주 전략 등이 차질을 빚는 가운데 새해 초 김 회장의 재판이 마무리되면 인사 등이 실시될 예정이다.

사업측면에서는 차기 주력사업인 태양광이 새해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에 따라 본격적인 수익 창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 사업의 적자폭이 줄고 있고 신규 발전소 투자에 따른 매출이 현실화되며 해외 수주 물량도 늘어나는 추세다.

GS는 기존 사업 경쟁력을 제고와 성장동력 발굴을 통한 미래성장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와 관련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기본에 충실하고 내실을 다져 능동적으로 환경변화의 기회를 포착하자”고 당부한 바 있다. 또한 “창의적 해결책과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전문성, 성과를 내는 강인한 실행력”도 강조했다.

그룹의 주력인 에너지 사업은 STX에너지를 인수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통해 수익성이 높은 발전사업 역량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내수 불황이 장기화된 GS건설은 글로벌 경쟁력을 확충하기 위한 네트워크 구축 등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