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n to Run> 대한민국, 아이디어 강국 만들자

2013-12-31 06:02
지식재산 존중 환경 조성 필요

아주경제 이한선 기자 = 아이디어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지식재산에 대한 존중 분위기가 조성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우선 국내 지식산업이 발전하기 위해 무형의 지식자산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소프트웨어나 아이디어 등 무형의 아이디어에 대해 대출을 받으려면 실물 담보를 요구받는 등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다.

아이디어만 가지고는 대출이나 투자를 받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금융권의 대출 관행과 연관돼 있는 문제로 안전을 위해 실물 위주 담보를 중심으로 이뤄져 왔기 때문이다.

특수한 유형의 보이지 않는 정신적 재산권에 대해 사회 전반적으로 권리로 인정하는 인식이 낮았다.

우리나라가 제조업 중심으로 발전이 이뤄진 것도 실물인 유형의 제품에 대해서만 투자가 중점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벤처 투자 등은 무형의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보유한 초기 기업보다는 상장에 임박한 성숙한 기업을 위주로 이뤄지면서 사업화 가능성이 있는 초기 벤처 기업에 대한 투자가 빈약할 수밖에 없었다.

무형의 기술에 대한 평가 기준도 확립될 필요가 있다.

창의적 아이디어와 특허·기술 등 무형의 지식재산이 시장에 원활히 진입·활용되려면 평가의 신뢰성이 높아져야 한다.

평가에 대한 신뢰성이 낮으면 아이디어가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보수적으로 이뤄지면서 무형의 자산에 대한 투.융자도 저조해지고 거래 시장도 성숙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무형의 기술로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산업의 육성이 시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존의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건설업계와 같은 하청구조에서 용역 자체가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면서 저가 수주가 만연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소프트웨어 업계가 위축되면서 3D 기피 업종으로 여겨지면서 돈이 되는 게임 산업으로만 관련 인력이 몰리고 있다.

우물안 개구리처럼 아이디어 사업화를 국내에서만 한정적으로 여겼던 것도 투자가 더뎠던 이유 중의 하나다.

해외로부터의 아이디어에 대한 투자 유치가 활발해지기 위해 창업초기부터 글로벌 진출을 노리는 적극적인 세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크다.

국경이 없는 인터넷 세계에서는 특히나 글로벌을 상대로 영역을 넓혀야 사업 규모를 키우고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

처음부터 큰 것을 노려야 해외 벤처 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만 안주해 왔기 때문에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매력 있게 보일 리가 없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OECD의 글로벌 창업생태계 통계에서 존재조차 없는 상황이다.

OECD 글로벌 창업생태계 관련 펀딩과 능력 지수 통계에는 캐나다 시애틀, 이스라엘 텔아비브, 호주 시드니, 브라질 사웅파울로, 인도 방갈로까지 순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도시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아이디어의 사업화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인재와 자금이 모이는 다이나믹한 선순환 구조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벤처 M&A가 일상화되면서 벤처에 대한 투자가 활발히 일어나는 환경 조성도 아이디어 강국이 되기 위한 조건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IT거대 기업의 벤처기업 인수합병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조성문 전 베이에어리어 K그룹 공동대표는 최근 한 토론회에서 “실리콘밸리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어느 회사를 인수 했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한국에서는 가끔씩만 일어나고 있는 듯하다”며 “인수합병 관련 기사를 매일 볼 만큼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전 대표는 현재 오라클 프로덕트 매니저를 맡고 있다.

IT 거대기업의 직원들은 전략기획 단계에서부터 인수합병을 염두에 두고 벤처 회사를 물색한다고 한다.

직원들의 일상 업무 자체에서 벤처 인수가 논의되고 있을 정도로 활성화돼 있다는 얘기다.

이런 분위기에서 인재들이 인수합병이 될 만한 가능성 있는 벤처 기업으로 몰리고 거대 IT기업들은 이들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M&A에 나설 수밖에 없다.

벤처 창업 과정에서 실패하더라도 경험을 바탕으로 재도전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 번의 실패로 무너지지 않고 경험을 발판으로 재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벤처에 대한 투자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창업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이 참여해 마케팅과 홍보 지원에 나서면서 사후 지원을 강화해 회사가 클 수 있도록 돕는다.

경험이 없고 아이디어만 있는 신생 벤처 혼자의 힘으로는 성장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무리 아이디어와 제품이 좋아도 마케팅과 홍보가 결합되지 않으면 소비자에게 접근하기 어렵고 매출과 수익을 일으키기 어렵다.

투자를 받는 경우 성장을 위해 실력 있는 법률과 마케팅, 특허, 인수합병, 경영 전문가들을 벤처에 영입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디어 창출과 이를 사업화하면서 창업으로 이뤄지고 새로운 기술을 보유한 이들 중소기업들이 탄탄하게 성장하면서 신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서는 아이디어를 존중하는 문화도 필수다.

아이디어에 대해 존중하는 문화가 있는 서구의 경우와는 달리 소프트웨어나 저작물 등에 대한 불법복제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IT 기술이 발달하고 있는 가운데 복제 유통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권리보호 의식은 미흡한 실정이다.

신종 불법 복제 유통 경로로 토렌토 등이 이용되고 있지만 여전히 무방비 상태다.

이런 문화적인 토대에서는 아이디어 강국이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식재산권에 대한 권리보호 체제 마련과 교육, 모니터링시스템 등이 강화되면서 수준이 높아졌다는 반론도 물론 있다.

이해돈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보호정책과장은 “기술적 발달 수준에 맞는 보호집행시스템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3D프린터나 빅데이터, 클라우드컴퓨팅 등 새로운 분야에서 신규서비스 창출을 위한 지적재산권 권리소재를 다듬는 작업을 통해 사업화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미 FTA를 계기로 지적재산권 보호집행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