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첫 여성 은행장' 권선주 "카리스마와 소탈함 가진 행장 될 것"
2013-12-23 20:16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권선주(57ㆍ사진) 기업은행 부행장이 차기 기업은행장에 선임됐다. 은행 역사상 첫 여성 행장이자 기업은행 내에서는 두 번째 공채 출신 은행장이다.
권 부행장은 23일 차기 기업은행장 내정 발표가 난 직후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여성이고, 기업은행원들의 여성 비율도 절반이 넘는만큼 모든 행원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인사라고 생각한다"며 "현 조준희 행장이 추진해온 기업은행의 주요 사업을 이어받아 질적인 성장을 하도록 꾸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25년 간의 현장경험을 통해 지금 이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며 "후배 직원들도 현장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내부적으로는 기업은행이 '소통'이 잘되는 곳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이끌어가겠다는 포부도 밝혔다.다음은 일문일답이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여성이고, 기업은행원들의 여성 비율도 절반이 넘는다. 모든 행원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인사라고 생각한다. 늘 현장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직원들에게 얘기한다. 지금도 성공하려면 현장부터 알아야 한다. 지점장 생활 6년을 포함해 현장에서만 25년 가까이 있었다. 그런 많은 현장경험을 통해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로 영업점에서는 어떤 역할을 했나
-처음 들어올 때만해도 하이카운트 업무 등 여성에게 주는 업무가 제한적이었다. 그래서 항상 미리 공부를 하고 남성들과 똑같은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요구했다. 가정주부다 보니, 공부할 시간이 없어서 금융연수원의 통신연수의 모든 과정을 거쳤다.
-고객들이 어려울 때가 은행원은 가장 힘들다. 그래서 (기업고객의 경우) 고객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상태가 어떤지 피드백하는데 집중했다.
▲현 조 행장의 어떤 부분을 이어가고 싶나
-현 조 행장의 모든 부분은 이사회에서 통과 및 검증된 전략이다. 창조금융 관련해서 문화콘텐츠나 IP지식산업에 대해 평가해 활성화 하거나 고객들 컨설팅, 문화 마케팅 등 다 내가 이어가야 할 부분이다. 또, 모든 은행이 그렇지만 NIM이 하락하고 있는데 은행은 남의 돈으로 장사하는 기관이다. 그래서 남의 돈을 어떻게 쓸것인가, 들고 있는 돈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이용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바젤 3가 적용되면서 모든 규제가 생긴만큼 BIS비율을 계속 올려야 한다. 분자에 자기자본이 있고 분모에 대출인 위험가중자산이 있는데 여기에서 들고 있는 자기자본을 가지고 위험가중자산을 늘릴 수 있는 한도가 있으므로 들고 있는 자산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기업들에 대한 대출을 효율적으로 한다는 소린가
-전에는 은행이 자산경쟁을 했는데 양적인 경쟁보다는 질적인 경쟁을 해야 한다. 양을 늘리기 위해 역마진 거래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모든 게 균형을 이뤄야 한다. 성장성, 수익성, 건전성, 사회적 책임 등 네가지를 잘 밸런싱 해야 한다. 이 균형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잘 짜야 한다.
▲직원들에게 강조할 것이 있다면
-은행원은 고객을 기쁘게 해야 한다. 기쁘게 하면 결국 이게 CS다. 주니어 때도 '고객의 기쁨이 내 기쁨이다'라는 생각으로 일했다. 또 은행원은 현장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어느부분에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고 싶나
-임기 중에 뛰어난 무언가를 하고 싶다기 보다 조 행장이 추진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 지금까지 은행이 추구하지 않았던 것에 비용을 투자하는 것은 옳지 않다. 현재 이사회 등에서 검증된 전략을 꾸준히 실행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오늘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경남은행건은
-일단 우선 협상자 지정을 기다리고 이후 일정에 따라 진행하겠다.
▲기업은행이 다시 공공기관으로 지정된다면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인건비와 인원에 제한이 들어오는데 정부가 가이드라인 주면 최대한 이것에 맞추겠다.
▲행장 선임을 두고 노조 등 내부 반발이 있다면 어떻게 봉합 할 것인지
-노조에서 행장선임을 전혀 예상 못해서 당황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부분은 잘 설득을 해서 한 식구인만큼 동반자로서 충분히 말씀을 드리겠다
▲기업은행 인사가 늦어지면서 외풍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기업은행에서 내부 승진의 전통이 확립됐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이제는 나도 행장을 할 수 있다는 희망과 목표를 직원들이 가지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이런 부분은 기업은행에 강조됐으면 좋겠다하는 점이 있다면
-조심스럽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점유비 경쟁을 한다든지 이익이 안나는 거래를 통해 점유비를 높이는 것은 의미가 없다. 조 행장 표현을 빌리자면, '알토란 경영'을 해야 한다. 양적인 성장보다는 질적인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조직문화에는 어떤 것을 심어주고 싶나
-그동안 합병 없이 꾸준히 성장을 해왔는데 소통이 잘되는 문화였으면 좋겠다. 서로 경청하고 이런 문화가 있었음 좋겠다. 가령 기업은행의 회의문화를 보면 지시하는 식으로 되다보니 직원들이 창의적인 의견이 있어도 이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물론 다른 경로를 통해 일부 드러나지만, 그래도 자유롭게 토론하는 문화는 부족하다. 아무리 윗사람의 말이라도 지켜야 할 것이 있고 아닌 것이 있는데 이런 것이 걸러지려면 토론문화가 활성화돼야 한다. 윗사람들의 듣는 문화가 중요하다.
▲내조도 잘하고 사회적인 성공도 이뤘다는 점에서 '슈퍼우먼'이라는 평가를 받는데 비결은
-시간활용이 가장 중요하다. 집에 있을 때나 직장에 있을 때 우선순위를 정해서 일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니, 집안에서 요리를 할 때도 책이나 리포트를 서서 읽는다. 가족들과 시간이 부족하면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줄넘기를 하면서 얘기도 하고 운동도 하고 이런 식이다.
▲금융권이 남성성이 강한 곳인데 여기에서 어떤 것을 무기로 삼아 경쟁할 것인지
-지금은 여성성이 강조되는 사회다. 여성의 소프트한 면이 훨씬 각광받을 수 있는 사회다. 예전에는 IQ의 시대였다면 지금은 EQ나 CQ의 사회다. 이 부분을 여성들이 잘 할 수 있고 은행업은 서비스업이니 잘 충족할 수 있다.
▲임기 말 ‘권선주 행장’하면 어떤 키워드가 떠올랐으면 하나
-기업은행이 질적으로 건전하고 튼튼한 경영을 할 수 있는 은행이 될 수 있으면 한다. 내년에는 기본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영업현장에서도 금융소비자 보호 등 그런 디테일이 중요할 것이다. 디테일에 강한 행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 디테일이라는 게 하나하나 세심하고 꼼꼼하다 등의 성질보다는 집중력이 강하고 은행을 건강하게 발전시키는 그런 평가를 받고 싶다. 조 행장의 훌륭한 일들을 나는 3년동안 잘 마무리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이 있다면
-'스티브잡스의 서재'라는 책과 '엘리자베스 1세'라는 책이다. 엘리자베스 1세의 리더십에 대해 쓴 책이다. 예전에 봤던 것을 다시 꺼내 읽고 있다. 대통령께서도 엘리자베스를 좋아한다고 들었다. 여기에서 기억에 남는 문구는 '리더는 카리스마와 소탈함을 동시에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