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가 자살?…과잉 '자식작용' 이용 암 치료제 후보물질 발견

2013-12-23 10:09

황정진 서울아산병원 교수

아주경제 권석림 기자 = 세포가 자신의 불필요한 성분을 스스로 잡아먹는 ‘자식작용’을 인위적으로 과잉 유발시켜 암세포를 죽도록 만드는 새로운 표적 치료제 후보물질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발견됐다.

23일 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 의생명연구소 황정진 교수팀은 자식작용이 과하게 일어나면 세포가 죽는 현상에 착안해, BIX-01294(이하 BIX)라는 화학물질로 암세포의 과잉 자식작용을 유도함으로써 암세포를 사멸시키는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대부분의 암 치료제가 불필요한 세포가 스스로 죽도록 명령하는 세포자살을 유도하는 것과는 기전이 다르다.

암 세포의 경우는 세포자살에 관계된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세포자살이 잘 일어나지 않아 기존 항암제의 효과에 한계가 있었지만, 자식작용을 경유한 세포사 원리를 항암제 개발에 적용하면 기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황 교수팀은 2400여개의 화학물질 라이브러리를 기반으로 자식작용 유발 효과가 높은 BIX를 선별해 이를 유방암 세포주와 정상 유선 상피 세포주에 10 마이크로몰라 농도(μM)로 배지에 첨가하여 24시간 동안 배양했다.

이어 MTT assay(세포 생존율 측정기법)을 이용해 세포사멸 효과를 측정한 결과, 암 세포주에서 정상 세포주 대비 세포사가 50%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BIX는 암세포의 성장을 돕는 G9a 효소를 억제하고, 세포 내의 활성산소를 증가시켜 암세포의 과잉 자식작용을 촉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 결과 G9a효소의 발현 정도가 28배 높은 유방암, 대장암 환자의 종양 세포를 배양하여 BIX를 처리하는 경우에는 세포사가 100%까지 증가했다.

황 교수는 “자식작용을 경유한 세포사 원리가 향후 항암제 개발 등 임상에 성공적으로 적용되면 암환자들이 겪는 부작용과 이상 반응을 최소화해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며 “후속 연구를 통해 적용 가능한 암 종과 치료 반응성이 큰 환자를 선정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추가로 발굴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