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드라마 캐릭터 열전④] 사극·시대극 남자배우 베스트3

2013-12-19 08:30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2013년은 그 어느 때보다 시대극·사극이 넘치는 한 해였다. MBC '불의 여신 정이'와 '구암 허준', KBS2 '칼과 꽃', '천명 : 조선판 도망자 이야기' 등이 방송됐고 지금도 MBC '제왕의 딸 수백향'과 '기황후', tvN '빠스켓볼', JTBC '덕이'가 한창 방영 중이다.

하지만 이들 드라마는 '사극 불패신화'를 무너뜨리며 개성 있는 캐릭터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웠다. 시청률 상승의 요인뿐 아니라 화제성과 작품성을 갖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아주경제가 '2013년도 캐릭터 열전' 특집으로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군 사극·시대극 남자배우 베스트3를 선정했다.
 

[사진제공=레드브릭하우스]


◇'구가의 서' 구월령(최진혁)

최진혁은 지난 6월 종영한 MBC '구가의 서'에서 '월령앓이' 신드롬을 일으켰다. 서화(이연희)와 사랑에 빠진 구월령(최진혁)은 천년악귀가 될 수 있는 위험에도 신수의 삶을 내걸고 인간이 되고자 했다. 서화와의 백년해로를 위해 '구가의 서(환웅이 수호령에게 인간이 될 기회를 주고자 만든 언약서)'를 얻기 위한 백일 기도까지 불사했다.

구월령의 애절한 눈빛과 사랑은 서화뿐 아니라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서화에게 건넨 "왜 그랬소", "이 여인은 내 사람이다"라는 대사는 지금도 시청자 입에 오르내릴 정도다. 1~2회 짧은 분량으로 강한 인상을 심은 구월령은 후반부에 재등장하며 다시 한 번 존재감을 강화했다.

구월령은 서화의 죽음 앞에서 오열하며 애달픈 사랑을 끝내야 했지만 최진혁은 '중고 신인'의 힘을 보여 주며 SBS 드라마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에 재기용되며 주연배우로의 도약에 발판을 마련했다.
 

[사진=이형석 기자]


◇'장옥정, 사랑에 살다' 이순(유아인)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가 시작할 당시만 해도 유아인에 대한 관심은 그리 높지 않았다. 대중은 김태희의 외모와 9대 장옥정이라는 타이틀에 관심을 가졌다.

드라마가 시작되자 시청자의 반응은 단숨에 바뀌었다. 김태희가 어색한 발성과 표정 연기로 극의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동안 유아인은 흔들리는 장옥정과 드라마 '장옥정'의 중심을 바로잡았다. 여자에게는 한없이 부드러우면서도 정사에 있어서는 한 치의 타협도 없는 강건한 왕으로 숙종을 재해석했다. 특유의 카리스마를 발산하면서도 비운의 사랑에 빠진 이순을 설득력있게 연기했다.

장옥정이 사약을 받고 최후를 맞이하는 순간까지 품에서 놓지 못한 이순은 "옥정아, 사랑한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고, 옥정이 죽은 후에도 "결국 사랑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사랑뿐이었다"며 장옥정을 그리워했다. 결국 '사랑에 살았던 것'은 장옥정이 아닌 이순이었다.
 

[사진제공=tvN]


◇'응답하라 1994' 삼천포(김성균)

김성균은 2013년 전성기의 시작을 알렸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와 '이웃 사람',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등의 영화에서 관객을 공포에 떨게 했던 그가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94'를 통해 극중 배역인 삼천포와 러블리(lovely)의 합성어인 '포블리'라는 애칭을 얻으며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삼천포의 액면가는 34세 노안이지만 '포블리'답게 극중 18세다운 섬세함과 깜찍함을 과시한다. 길도 못 찾고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리보기 모습이 귀엽다. 마냥 여리지만도 않다. 연인인 조윤진(도희)가 서태지와 아이들 은퇴 소식에 식음을 전폐하고 눈물만 흘리자 서태지 집에 몰래 들어가 변기를 가져오는 행동력도 있다.

배우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다지고자 영화 쪽 활동을 고집하는 김성균에게 안방극장 진입을 권하는 소속사가 있어 가능했던 사랑스러운 캐릭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