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동 차이나타운 24시>하-대림동에 나타난 '부의 양극화'

2013-12-12 16:19

▲대림2동 중앙시장에 위치한 잡화점에 걸린 구인구매 전단지

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지하철 2호선을 타고 갈 수 있는 곳이면 무슨 일이든 할게요."

지난 11일 대림2동에 위치한 모 직업소개소는 일자리를 구하러 온 중국인들로 가득했다. 이들은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들어와 식당, 공장 등으로 일을 나간다. 이날 기자가 만난 A씨(38·여)는 가족과 함께 한국에 들어온 지 이제 5개월이 조금 넘었다고 한다.

A씨와 이야기를 나눈 상담원은 옷걸이 공장 사장과 짧은 통화를 한 뒤 "여자 근로자도 많고 힘든 노동은 아니니깐 할만 할거예요"라며 그 자리에서 바로 일자리를 주선했다. 상담원은 하루에도 50~60명의 중국인들이 일자리를 얻으려고 찾는다고 설명했다. 20~60대 중국인들이 대부분이며 간혹 70대 노인들도 있단다.

이들은 중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이나 잡화점에서 종업원으로 고용되기도 한다. 1990년대 한국에 들어와 저임금 인력으로 악착같이 돈을 모아 자신의 가게를 가진 부유층들이다. 대림동에는 몇 년전부터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나눠 부의 양극화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1990년대 말 중국인들은 가리봉동에 정착해 거대한 집단을 형성했다. 이들을 제1세대라고 부른다. 현재는 저렴한 주택임대 가격과 편리한 교통 등의 이유로 대림동으로 대거 옮겨와 차이나타운을 형성했다.

과거 제1세대 중국인들은 닥치는 대로 일을 해 차곡차곡 모았다. 중앙시장에서 양꼬치집을 운영하고 있는 B씨(58·남)는 20여년 전 가족들을 떠나 홀로 한국에 정착해 식당, 공장 등을 전전하며 발품을 팔았고 영주권 취득 후 식당을 차렸다.

B씨는 "당시 가족과 떨어져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직업소개소에 가면 그냥 눈물이 한없이 흘렀다"면서 "현재는 가족들도 같이 들어와 살면서 가게를 운영하며 여유롭게 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고급 외제승용차를 끌고 다니기도 하고 정기적으로 모임도 갖는다. 대림2동 중앙시장 내 직업소개소 추영길 소장은 "대림동을 돌아다니다보면 외제차나 고급승용차를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화적 차이와 편견, 저임금 등으로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중국인들도 있었다. 대부분 보증금 100만~500만원에 월세 10만~30만원 짜리 다세대 낡은 주택에서 살거나 고시원에서 거주하는 이들이다.

이들은 매일 일자리를 구하러 직업소개소를 들른다. 이들은 중국인이 운영하는 가게에 취직하는 것을 가장 선호한다. 노동량에 비해서 다른 일보다 월급이 많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같은 중국인들끼리 노동착취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인 고용주도 한국인과 다를 것 없이 저임금으로 중국인을 부려먹으려는 탓이다. 추 소장은 "중국 근로자에 대한 복지는 물론 처우가 한국인 고용주보다 더 못하는 곳도 수두룩하다"고 전했다.

더불어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지역감정은 존재했다. 최근에는 지린성(吉林省), 헤이룽장성(黑龍江省), 랴오닝성(遼寧省)에 살던 중국인들이 한국을 많이 찾는다. 비교적 젊은 연령대의 중국인들이 들어오면서 그들만의 집단을 형성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존 주민들과의 생활·문화·소득수준에서 차이와 갈등이 발생했다. 어느 집단에도 속하지 못한 중국인들은 거리 질서를 더럽히고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많았다. 중앙시장에 위치한 한 부동산 관계자는 "특히 부유층들이 못사는 지역 출신 중국인들을 기피하고 무시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