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축재 낙인 전두환미술품 100% 낙찰 왜?..서울옥션 "부담반 기대반"
2013-12-12 10:20
11일 K옥션 전재국 컬렉션 80점 모두 낙찰 총 25억7000만원 거둬..국고 환수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2005년 설립된 K옥션이 8년만에 경매 사상 처음으로 100% 낙찰기록을 세웠다. 이상규 대표는 “자선경매를 제외하고는 일반 경매로 낙찰률 100%가 된 것은 처음”이라며 놀란 눈치다.
11일 오후 4시부터 5시20분까지 진행된 K옥션‘전재국 컬렉션’경매는 흥미진진했다. 전재국컬렉션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의 집에서 나온 미술품으로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해 검찰이 압류한 미술품이다. '부정축재로 쌓은 재산으로 낙인된 물품' 으로 경매시작전부터 화제였다.
80점이 경매에 올랐다. 현장과 전화 서면의 3박자 경합이 치열하게 이뤄졌다. 치고 받고 또 치고 받고 올리는 ‘경매의 묘미’가 화끈하게 펼쳐졌다.
K옥션이 마련한 230여석은 두툼한 외투를 입은 40~60대 손님들이 모두 꿰찼고, 패드를 든 손님들이 앉을 의자가 없다며 불만을 내보였다.
K옥션측은 상기됐다.“국내미술시장이 호황기때인 2007년 모습같다. 평소 경매때보다 두배 넘게 손님이 왔다. 잘돼야 할텐데…”라며 부담스런 모습이었다. 2009년이후 얼어붙은 미술시장으로 자신감을 보이기는 힘이 든 것 같았다.
“관례에 따라 현장, 서면, 전화 응찰순으로 순위가 정해지고 구매수수료는 12%, 부가세 포함 13.2%가 붙습니다. 낙찰작품은 취소가 안됩니다”는 공지가 날카롭게 전해졌다.
안창홍의 ‘염소’작품으로 시작했다. 50만원, 80만, 90, 100만원. 쭉쭉 치고 나갔다. 130만원 낙찰. 9번째인 배병우 ‘소나무 경주’까지 순식간에 이어졌다. 배병우 소나무 사진은 경합이 붙어 2700만원에 현장응찰자가 차지했다.
경매사의 목소리도 힘이 넘쳤다. 이번 전재국 컬렉션중 하이라이트인 김환기 유화 작품이 나왔을땐 모두 숨을 죽였다. 추정가가4억~8억까지 매겨진 작품. 4억에 시작됐다. 4억5000, 5억5000. 5억5000에 멈춘사이, 현장과 전화응찰자의 고민은 객석에 긴장감을 전했다. 5억5000만원. 꽝. 경매사가 망치를 내려치자 박수가 터졌다. 김환기의 1965년작 유화 ‘24-Ⅷ-65 사우스이스트’ 5억5000만원에 팔렸고 이날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어 오치균의 가을정류장이 2억2000만원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휘호가 치열한 경합끝에 2300만원까지 올라섰다.시작가는 160만원이었다.
신바람난 경매는 1시간 후 ‘낙찰률 100%’라며 내리친 경매사의 망치소리에 ‘돈 놀이 마법’에서 풀린듯 했다. 박수가 절로 터졌고 객석의 사람들이 자동으로 일어서 의자를 비웠다. 이날 K옥션이 거둔 낙찰총액 25억7000만원은 모두 국고로 환수된다.
5억5000만원에 팔린 김환기의 유화.‘24-Ⅷ-65 사우스이스트’
■100% 낙찰. 이유가 무엇일까.
미술시장전문가들은 “소장자가 이미 사회적 인지도를 갖춘 대통령이다보니 작품이 검증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전했다. 미술품은 작품의 출처가 명확하고 유명세를 탄 작품일수록 가치가 더욱 높아진다.
비교적 좋은 작품에 가격까지 저렴하게 나온 점도 이유다. 실제로 이번 ‘전재국 컬렉션’은 경매추정가가 시장가보다 20~30% 낮게 나왔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대중들의 심리적인 반작용”이라며 “사회적 불안요소, 즉 부정적인 범죄 요소로 출발했지만 검찰이나 특수관계에서 검증단계가 완료됐다. 특히 미술품의 가치는 고유성과 희귀성, 스토리텔링이 갖춰져야 하는데 전두환 미술품이 이러한 경매 법칙에 딱 맞아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이 설마 시원찮은 작품을 가지고 있었겠어?”라는 심리적 반작용과 함께 작품의 희귀성이 담보됐고, 그 작품을 공유하고 싶은 욕구가 작동됐다는 것. 2008년 대기업비자금 세탁으로 떠오른 그림‘행복한 눈물’사례와 맥을 같이한다. 사건후 ‘팝 아트의 거장’ 로이 리히텐슈타인은 더욱 유명해져 국내에서 작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김윤섭 소장은 “이번 경매는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과는 별개로 미술품의 또다른 특성을 여실히 확인시켜준 자리였다”면서 “ 미술의 특성인 얼마나 유명세를 탔는가의 전형적인 사례를 보여준 경매”라고 말했다.
국고 환수를 위해 진행된 이번‘전두환 미술품 경매’는 국내 양대 미술품 경매사에도 의미가 있다.
100% 낙찰된 이번 경매로 그동안 정부(자산관리공사)등에서 미술품을 일반물품과 취급 매각하는 관례를 벗고 이젠 미술품 전문업체에 위탁하는 사례가 보편화 될 전망이다. 미술품이 갖는 고유한 특성과 특별한 가치에 주목하게 된 이번 경매는 미술시장의 사회적인 인식개선에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K옥션 ‘전재국컬렉션’에 경매에 이어 오는 18일 오후 3시 서울옥션에서 ‘진짜 전두환 미술품’이 경매에 오른다. 타이틀도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 환수를 위한 특별경매’다. K옥션의 선전으로 서울옥션에 출품된 300점이 100% 낙찰될지 주목되고 있다. 서울옥션 이학준 대표는 “부담반 기대반”이라며 경매준비에 한창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미술시장에 오랜만에 온기를 전한 ‘전두환 힘’이 또 발휘될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2억2000만원에 팔린 오치균의 가을 정류장
80만원에 시작 1100만원 팔린 전두환 대통령의 서예 고진감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