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9. 벤처 르네상스-4>금융권도 벤처붐 위해 의기투합

2013-12-04 16:33
금융당국 성장사다리펀드…은행들도 다양한 금융지원

지난 8월 12일 서울 여의도 한국정책금융공사 본사에서 열린 '성장사다리펀드 투자자문위원회·사무국 현판식'에서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왼쪽 여섯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아주경제 김부원·박선미 기자= 예비창업가들이 입주해 있는 서울 역삼동 기업가정신센터는 예년보다 한층 들떠 있는 분위기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금융 정책에 맞춰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이 대폭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예비창업가들이 다시 한 번 '벤처 신화'의 꿈을 다잡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기업가정신센터에서 신제윤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금융권 인사와 금융전문가 등이 모여 '벤처 창업생태계 조성을 위한 공개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그리고 금융당국은 세미나에서 제시된 여러 의견들을 반영해 실질적인 벤처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물론 벤처 지원방안에 여전히 부족하고 아쉬운 점도 많겠지만, 제2의 벤처붐에 대한 기대감은 점차 커지고 있다. 

◆쓰러져가는 벤처도 지원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을 필두로 금융공기업, 은행 등이 박근혜 정부의 창조금융 정책에 맞춰 다양한 벤처 지원방안들을 마련해 실시하고 있다. 

벤처 지원을 위한 금융당국의 핵심 사업은 '성장사다리펀드' 조성이다. 성장사다리펀드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창업-성장-회수·재도전 등 성장 단계별로 기업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한 번의 실수와 실패로 회사 문을 닫지 않도록 재도전하는 벤처도 아낌없이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많은 벤처인들이 뛰어난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자금난을 제때 해결하지 못해 사업을 접어야 하는 이른바 '죽음의 계곡'에서 좌절을 겪었던 게 사실이다.

금융당국은 성장사다리펀드 1차연도 조성 목표액을 출자기관 출자금 6000억원, 민간자금 1조3750억원 등 1조9750억원으로 잡았다. 성장 단계별 출자금액은 △창업 1750억원 △성장 2500억원 △회수 1750억원 등이다.

또 금융감독원은 한국여성벤처협회, 한국공인회계사회와 '금융교육 협력 등에 관한 업무협약식'을 체결하기도 했다. 여성 벤처기업인에게 금융·회계·세무분야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대표적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은 지난해 10월 지식재산(IP) 활성화를 위해 테크노뱅킹을 도입한 바 있다. 또 산업은행은 IP구입자금대출 및 IP담보대출을 마련하면서 IP를 기반으로 한 벤처기업을 적극 지원한다.

◆은행도 벤처 지원에 앞장 

은행들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기업은행은 벤처·지식문화 창업기업에 총 1조원을 지원키로 하고 'IBK창업섬김대출'을 내놓았다. 창업 5년 이하 기업이 대상이며, 대출기간을 3년에서 최장 5년으로 늘렸다. 지난달 29일까지 5119건, 369억원의 실적을 냈다. 

우리은행은 여성이 운영하는 벤처기업을 위한 'W-케어 패키지'를 지난 5월 출시했다.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원사를 대상으로 최적화된 금융지원 및 무료 종합경영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또 기술 및 지재권(특허, 실용신안, 영업권 등)을 보유한 유망기업이나 심사요건에 미달된 업체에 대해 심사요건을 완화하고 업체당 최대 5000만원, 총한도 1000억원을 목표로 금융지원을 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5월 말부터 기술보증부대출과 신용대출을 지원하는 'KB 기술창조기업 성장지원대출'을 판매하고 있다. 업체당 500만원씩 부담하는 기술평가료도 지원하기 위해 기보에 20억원을 출연, 1000개 업체를 지원한다. 기술창업 활성화를 위한 'KB Pre-스타트 기술 보증부대출'도 판매 중이다. 

농협은행은 'NH기술형 창업중소기업대출'과 'NH테크노파크 기업대출'을 출시했다. 'NH기술형 창업중소기업대출'은 한국은행의 저리자금을 활용해 기존 신용대출의 최대 1.3배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NH테크노파크 기업대출'은 전국 16개 테크노파크 입주기업 및 연계사업 수행기업 전용상품이다.

◆벤처 지원은 여전히 모험

이처럼 은행들의 벤처기업 지원이 차츰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도 많아 보인다. 우선 은행 스스로 기술이나 특허 등 무형자산에 대한 평가를 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 은행의 중소기업금융 담당자는 "자체적으로 외부에서 전문가들을 영입해오고 있지만 은행 스스로 단순히 기술력만 두고 지원하는 것은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은행들은 기술보증기금 등 외부 평가기관과 협약해 보증서를 활용한 지원에 의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벤처 지원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기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벤처금융 실적이 저조한 것을 두고 은행의 문턱이 높다는 비판도 있지만, 은행 입장에선 투자에 대한 회수율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며 "투자, 회수, 재투자 등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 금융사 임원은 "민간 금융사는 건전성 규제와 이해상충 문제로 벤처투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데 제약이 있지만, 수익률 제고 등을 위한 대체투자 확대 측면에서는 벤처투자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확보하면서 새로운 대체투자 수단으로서 벤처캐피탈을 활용할 수 있는 정책적인 인센티브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