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붕괴 신호? 리카싱 현금화 지속

2013-11-27 12:09
홍콩의 저택 두채 1780억원에 팔아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아시아 최고부호 리카싱(李嘉誠) 청쿵(長江)그룹 회장이 지속적으로 중국내 부동산을 매각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중국의 부동산거품 붕괴가 임박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리카싱은 홍콩에 위치한 두채의 호화저택을 12억8000만홍콩달러(한화 약 1780억원)에 매각했다고 신징바오(新京報)가 27일 전했다. 이에 앞서 리카싱은 지난달 상하이(上海)의 건물중인 상업용 빌딩을 90억 홍콩달러(약 1조2330억원)에 매각했다. 리카싱 회장이 매각한 건물은 상하이 푸둥(浦東)신구에 건축중인 '동방회경중심'으로, 총 건축면적은 8.8만㎡이며 2014년 완공 예정이다. 10월에는 또 중화권 슈퍼체인 파큰샵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리카싱 회장은 최근 광저우(廣州)의 부동산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자산매각은 홍콩정부의 부동산대책으로 인한 압박이 일정부분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홍콩정부는 2010년이후 주택가격안정을 위해 부동산거래에 각종 세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대출증가를 억제하고 있다. 2012년 10월 홍콩정부는 외지인과 회사가 구매한 주택에 대해 15%의 세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올해 2월 홍콩정부는 부동산거래세금을 8.5%로 두배 들렸다. 

이와 함께 리카싱 회장이 중화권 자산 매각에 나선 것은 중국의 부동산 시장 거품을 우려, 먼저 발을 빼는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중국의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는 있지만 최근 공급이 많이 늘어남에 따라 거품이 꺼질 수 있다고 보고 남보다 한발 앞서 자산매각에 나섰다는 풀이다. 

완커(萬科)의 왕스(王石)회장은 "시장상황에 기민한 리카싱이 베이징, 상하이, 홍콩의 부동산을 매각하는 것을 일종의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상하이의 이쥐(易居)부동산연구원의 양훙쉬(楊紅旭)부원장은 "리카싱이 홍콩의 주택을 매각한 것은 홍콩부동산거품이 터질 것을 예고한 것으로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칭화대학 세계경제연구센터의 리다오쿠이(李稻葵)교수 역시 "최근 소호차이나의 판스이(潘石屹)회장이 상하이시내의 건설프로젝트를 포기했다"며 "뛰어난 투자가들의 중국탈출 러시가 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이나 홍콩의 정치적 장래에 대한 불안감에서 자산을 유럽권으로 옮기고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중국에서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좌파와 우파간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정치적 풍파가 거세질 것을 우려해 중국 자산을 처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리카싱의 청쿵그룹은 지난해 영국의 가스공급회사인 웨일스앤드웨스트유틸리티(WWU)를 10억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지난 6월에는 네덜란드의 페기물처리발전회사 RAV를 13억달러에 매입했다. 또한 핀란드의 전력공급업체인 포르툼을 인수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중에 있다. 포르툼의 전력공급망 인수 가격은 55억~69억달러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