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세종시 2-2생활권 설계공모 불공정 심사 논란
2013-11-25 15:40
아주경제 권경렬 기자 = LH(한국토지주택공사) 세종본부가 도시경관을 위해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한 세종시 2-2생활권 설계공모 심사과정이 공정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대기업 특혜 논란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25일 LH에 따르면 지난 19일 발표된 세종시 2-2생활권 설계공모 심사 결과에 따르면 P1구역은 롯데건설·신동아건설(이상 컨소시엄), P2구역은 포스코건설·현대건설, P3구역은 대우건설·현대산업개발·현대엠코·계룡건설산업, P4구역은 금성백조주택이 당선됐다.
당초 설계공모 평가방법 및 기준안에 따르면 심사위원 7명의 만장일치로 당선작 및 예비당선작을 선출하되, 만장일치가 되지 않으면 항목별 30~40점씩 배점된 평가 기준표에 의한 채점으로 당선작을 결정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동영상을 통해 생중계된 현상공모 심사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가 되지 않았음에도 투표를 통해 당선작을 선정했다.
이에 대해 설계공모에서 탈락한 중견업체들은 "평가방법에 문제가 있다"며 이의신청 및 재심사 요청서를 LH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동영상으로 공개된 심사위원 투표에서는 4대 3으로 우리가 앞섰지만 이후 비공개 투표에서는 3대 4로 역전돼 대기업 컨소시엄이 선정됐다"며 "만약 채점표대로 점수를 매겼다면 우리 측이 선정됐을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고 주장했다.
평가 기준표를 보면 단지계획 30점, 건축계획 30점, 중점심사 분야 40점, 합계 100점과 절대평가, 감점기준으로 법규위반, 지침위반, 도서작성 위반 등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심사위원들은 배점표대로 점수를 매기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세부 평가 내용 역시 심사위원당 한두줄에 그쳤다.
본지가 입수한 한 심사위원의 세부평가서를 보면 배점 30점인 단지계획 부문에 두줄, 40점인 중점심사부문에 한줄의 내용만 써있고 건축계획부문(30점)에는 아예 언급도 없다.
실제로 P2구역을 살펴보면 당선작으로 선정된 포스코건설·현대건설의 작품은 2위에 머무른 중흥건설의 작품보다 용적률은 더 높고 주민 커뮤니티 시설 등의 면적은 오히려 적었다. 특히 인접해 있는 LH 50주년 기념단지 공모전 당선작과의 주출입구도 맞춰지지 않아 사실상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LH 측은 설계공모 지침서에 '구체적인 심사방법은 심사위원이 정한다'라고 돼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공모지침서에도 '심사방법은 심사위원회에서 정한다'고 나와 있다"며 "법률전문가 자문 결과 이번 평가과정에 문제가 없어 당선자 결정을 무효로 볼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LH는 탈락업체들을 포함해 이번 설계공모에 참여한 업체들에게 공문을 보내 오는 26일 간담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간담회의 목적은 업체 의견을 수렴해 동일 유형의 공모 시행시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심사 과정이 미흡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동안 추첨 방식으로 진행됐을 때 페이퍼컴퍼니 확산 등의 부작용이 많았다"며 "이미 선정된 결과를 번복하긴 어렵고 앞으로 더욱 공정한 방식의 심사제도 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