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여숙화랑 "아트펀드 빚 104억 다 갚았어요"
2013-11-25 10:40
27일부터 30주년 기념 김종학 김환기, 김종학, 이대원, 배병우, 한광석의 '컬러플 코리아'전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 '끈질김'은 서울 청담동 박여숙화랑 대표 박여숙(60ㆍ사진)의 힘이다.
'그림장사'는 '사람 장사'. 돈과 말이 도는 시장에서 부침도 많았지만 강산이 세번이나 변하도록 이어졌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박여숙화랑이 다시 힘을 내고 있다.
최근 만난 박여숙대표는 좀 홀가분해보였다. 그동안 "박여숙화랑이 문을 닫았네". "망했네"하는 소리가 숨을 죽이지 않고 있던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호사다마'였다. 미술시장이 활황이던 2007년 100억원대 규모 아트펀드를 운영한게 발목을 잡았다.
2008년부터 경제위기와 맞물려 박여숙화랑도 추락했다. 그림값은 떨어졌고 아트펀드는 운영조차 할수 없었다. 특히 미술시장은 비자금 조성과 탈세의 온상으로 둔갑하면서 펀드 청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박여숙화랑'이었다. '강남화랑 시대'를 연 선두화랑으로 손을 떼기는 쉽지않았다.
빚더미에 앉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화랑도 팔고 개인재산을 처분했다. "그렇게해서 3~4년에 걸쳐투자자에게 배당을 더 줬고 올해 빚 104억원을 모두 갚았지요."
박 대표는 “화랑 30년 운영은 고난의 역사다. 기쁜 적이 없었다” 고 했다.
'박여숙 화랑' 30주년 의미는 크다. 박대표의 강단은 미술시장을 국내에서 해외로 스펙트럼을 넓혔다.
화랑주인이 되기전 공간 잡지사 기자였다. 작가들을 만나고 글을 쓰던 3년째 화랑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젊은 작가들이 그림 팔 공간이 너무 부족했어요. 저라도 기회를 주고 싶었죠.” 예화랑 큐레이터를 거쳐 1983년 8월, 서울 강남 압구정동에 자신의 이름을 걸었다.
개관전의 주인공은 신인이던 고 김점선. 이후 이강소·박서보·김종학· 전광영 박은선등이 이 화랑에서 떠올랐다 .대지미술가로 유명한 크리스토 야바체프, 프랭크 스텔라, 나이젤 홀 등 유명 외국작가들도 박여숙화랑을 통해 한국에 소개됐다
특히 현재 화단의 블루칩인 김종학화백의 '설악의 꽃'은 박여숙화랑에서 1988년 발표됐다. 당시 어두운 추상화에서 울긋불긋한 설악의 꽃들을 그리는 구상으로 화풍을 바꾼 김 화백의 작품은 모험이었다.
"이런 그림을 어떻게 팔려고 해 . 누가 이런 그림을 사겠어?"하며 화랑주들과 컬렉터들은 시큰둥했다.
그림은 대박이 났고 박 대표는 자신감이 상승했다.
박여숙화랑은 '좋은 그림 잘파는 화랑'으로 신뢰감을 형성했다. 전업 작가와 거래를 원칙으로 한다. “작가가 다른 일을 하다 보면 작품에만 몰두하기가 어려울 때가 있기 때문”이라는 판단이다. 대신 작가들이 작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경제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간혹 화랑주는 모든 것을 주는 사람으로 이해하는 작가들이 있어 서운한 적도 있지만 "미술을, 화상이라는 직업을 사랑"했다.
“ 이 일을 통해서 제가 작가들과 이 사회에 무언가를 이바지할 수 있고 그 일들이 보람 있어서 30년이 훌쩍 간 것 같아요.
박여숙화랑은 개관 30주년을 기념해 오는 27일부터 ‘컬러풀 코리아’전을 연다.
명지대 이태호교수와 함께 한국 현대회화작가 김환기, 김종학, 이대원과 사진가 배병우, 염장 한광석의 작품을 모았다.
“다섯 작가를 통해 한국의 자연색·전통색·현대색에 일종의 흐름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하반기 여는 첫 전시이자 30주년에 맞춰 초심을 잡는 이 전시를 통해 한국미술의 위대함을 다시한번 알리겠다는 의지다.
박 대표는 “ "작가들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제 할 일"이라며 활짝 웃었다.
"대중에게 새로운 작가를 소개하고 그 작가의 가능성을 발굴, 성숙해 가는 과정을 함께 돕고 싶어요. 화상은 은퇴가 없는 직업이잖아요. 하하" 전시는 12월 11일까지.(02)549-75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