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계 상생모델 '오픈형R&D'로 진화한다

2013-11-25 17:31
나눌수록 더욱 커지는 혁신의 가치

아주경제 권석림 기자 = # 지난 5월 한국파스퇴르연구소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후원하는 트레스칸토스 오픈랩 재단(TCOLF)과 함께 '세포 내 숨어있는 결핵균을 죽이는 신약후보물질의 화학구조 최적화' 공동연구를 진행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TCOLF는 GSK가 말라리아ㆍ결핵 등 소외질환 분야의 신약개발을 목표로 2010년 설립한 비영리 재단으로, 세계 각지의 교수와 연구인을 초빙한 오픈랩을 통해 열린 협력 연구를 수행한다. 

지난 2년 동안 21명의 세계 최정상급 과학자들이 오픈랩에서 폐결핵ㆍ말라리아ㆍ샤가스병ㆍ리슈마니어스ㆍ수면증 등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했다.

현재 16개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추가 프로젝트의 승인이 이어지고 있다. 트레스 칸토스 오픈랩 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 연구 데이터 역시 다른 연구자들에게 공유될 수 있도록 독려된다. GSK는 이 개방형 연구소(오픈랩)’ 운영을 위해 약 170억원의 재원을 지원했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사업을 벌이는 제약업계에서 신약개발은  ‘안정적 수입 창출을 위한 투자’ 그 이상을 의미한다.

글로벌 연구개발(R&D)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제약사들의 R&D 전략 또한 진화하고 있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R&D모델은 상생과 협동을 키워드로 하는 ‘개방형 혁신’이다.

◆GSKㆍMSD 등 오픈형R&D로 건강사회 구현

신약 개발은 평균 1조원이 넘는 비용과 15년이상의 긴 시간이 걸린다. 이에 제약사들은 R&D 효율성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혁신 모델을 구축하고자 저마다 다른 ‘오픈형 R&D’ 전략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개발로 ‘질병없이 더불어 건강한 사회’를 가꾸는데 힘쓰고 있다.

영국에 본사를 둔 GSK는 가난한 나라의 질병퇴치에 앞장서 왔다. 대체로 해당 지역의 사람들은 절실히 필요로 하는 약이지만 시장성이 적다고 여겨지는 제3세계 유행성 질환의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주력함으로써 연구개발(R&D)과 사회공헌을 융합한 경우다. 

GSK는 과학계에 지식 공유를 활성화하고 관련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도록 하는 취지에서 자사의 스페인 트레스칸토스 연구소에 외부 학계나 연구기관의 연구자들이 와서 자유롭게 연구 할 있도록 연구소를 개방하고 있다.

자사가 보유한 화합물 중 말라리아 치료제 개발과 관련 있을 수 있는 1만3500건의 화합물과 결핵과 관련된 200여개의 화합물을 공개해 말라리아 처럼 소외된 질환의 치료제 연구가 활발해 질 수 있도록 했다.

NTD(열대성 소외 질환) 관련해 GSK가 보유하고 있는 지적 재산을 외부에서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 최초의 회사기도 하다. 

GSK는 의약품 기부ㆍ자선활동, R&D, 약품접근성 관리 등에서 약품 접근성 향상을 위한 노력을 인정받아 비영리단체(NGO)인 ‘의약품 접근성 재단’이 평가하는 약품접근성 지수에서 최근 3회 연속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미국 MSD도 오픈형 R&D의 일환으로 세계 각지에서 연구 개발 기회를 모색하는 지역 전문 과학자 스카우트인 ‘사이언스 앰버서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16명의 사이언스 앰버서더가 활동하고 있으며, 2007년에는  '사이언스 앰버서더'로 아시아 처음으로 김규찬 박사를 임명했다. 사이언스 앰버서더라는 직책을 두고 한국에 이를 배치해 신약발굴에 나선 것은 당시 처음 있는 일이다. 

사이언스 앰버서더는 머크 연구소 소속으로 세계 각국의 유능한 연구진 및 연구기관의 신약개발 가능성이 높은 기술과 후보물질을 머크 본사와 파트너쉽 혹은 라이센싱 형태로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의 활동을 토대로 2010년 한해 MSD가 외부 파트너와 라이센싱 협력을 검토한 건수는 7800여건이며, 이중 46건이 최종적으로 라이센싱 기술로 도입된 바 있다. MSD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22개국에서 250개의 라이센싱 딜을 체결하기도 했다

미국의 화이자제약 역시 이러한 트랜드에 맞춰 지난해 ‘INSPIRE 프로그램’을 발족했다.

INSPIRE은 임상시험 중 일부를 외부 기관에 위탁하는 제한적 형태을 탈피한 새로운 형식의 파트너십 프로그램으로 우수한 역량을 가진 기관 및 연구자를 발굴해 화이자제약이 진행하는 모든 임상시험의 전 단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 유한양행ㆍ동아쏘시오홀딩스 등도 개방형 혁신 동참

국내 제약사도 오픈형 R&D 대열에 적극 나서며 글로벌 제약회사의 개방형 혁신 흐름에 따라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오픈형 R&D를 연구개발 핵심 전략으로 삼고 국내 벤처기업이나 대학과의 R&D협력, 해외거래선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유한양행은 신약 R&D 분야에서 자체 개발 및 공동 연구 과제를 약 20여건 진행 중에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지난달 ‘동아치매센터’를 오픈하며 외부 연구 기관과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혁신신약 개발에 주력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동아치매센터는 국내 제약사의 첫 치매전문연구센터로 국내외 연구 권위자들과 협력해 혁신적인 치료제를 연구개발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한미약품은 복합신약개발제에 대해 GSK와 공동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지난달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회사 로슈와 바이오의약품 생산과 관련한 장기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