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제조사,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놓고 기싸움

2013-11-20 13:31

아주경제 이한선 기자 =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을 놓고 정부와 제조사가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정부는 이통사들 반발로 요금제에 따른 보조금 차등이 가능하도록 법안을 수정한 적이 있다.

제조사의 반발이 법안 시행의 복병이 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연일 제조사의 반발 논리에 대응하면서 법안 통과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홍진배 미래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은 "일반 가전제품은 15%의 가격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휴대전화는 200~300%의 가격 차가 나 시장의 실패가 나타나고 있다"며 "휴대전화 유통시장에 경쟁이 작동하도록 해 정상 시장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것이 법안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미래부와 방통위가 법안이 통과되지 않은 상황에서 스마트폰과 LTE 휴대전화 보급이 늘어나고 포화상태에 가까워지면서 이미 자연적으로 단말기 판매가 감소하고 있어 제조사의 시장 위축 우려는 과장이라고 설명하지만 법안 통과로 휴대전화 판매는 더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미래부와 방통위가 국내 휴대전화 교체 기간이 16개월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현상이 왜곡된 시장구조로 인한 것이라며 법안을 통해 교체 주기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분리요금제로 휴대전화를 바꾸지 않고 교체 시 받을 수 있는 보조금과 같은 액수의 요금할인을 받게 돼 구매 주기가 길어지고 휴대전화 판매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낮은 교체 수요를 통한 제조사의 국내 판매 감소는 시장의 정상화 과정에서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왜곡된 휴대전화 판매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제조사가 물러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그동안 제조사에 대한 피해의식이 컸던 이통사들이 법안에 대해 상대적으로 반발이 적은 것도 이때문이다.

번호이동 시장에서 가입자 유치를 위해 이통사들이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하면서 제조사들만 수익을 얻었다는 불만이 있었다.

법안 추진은 보조금 관련 법안을 개선해 규제 체계를 명확히 하고 당위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동안 관련 법안이 따로 없는 가운데 기존의 전기통신사업법의 이용자 차별 금지 규정을 준용하면서 가이드라인을 통해 위법 여부를 가리는 것이 근거가 희박하다는 비판이 있었다.

새 법은 합법적인 보조금 액수를 방통위가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조사의 반발은 국내 판매 감소에 따른 시장 위축 우려에 더해 기존에 이뤄지지 않았던 장려금에 대한 조사와 규제가 신설된다는 데 대한 것이다.

방통위가 이통사 보조금에 대한 조사 권한은 있으나 제조사 장려금에 대한 조사권이 없어 규제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정부는 기존에 보조금을 받지 못하고 제값을 주고 휴대전화를 구입하는 비율이 50%를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통사와 제조사가 보조금과 장려금 등 마케팅 비용을 투입하면서 일부 발 빠르게 관련정보를 접할 수 있는 구매자만이 혜택을 보게 되면서 차별이 일어나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새 법안은 보조금과 장려금을 원칙적으로 막지 않되 비정상적으로  이용자를 차별하는 관행을 없애고 투명하게 제공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마련했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장대호 방통위 통신시장조사과장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의원입법으로 대부분 의원들이 개선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조사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는 일만 남은 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