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이 복지다> ③ 국가경제·지역발전 SOC 투자가 ‘보편적 복지’

2013-11-19 16:43
SOC 4년간 11.6조 축소, 노후시설·낙후지역 개선 필요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정부가 앞으로 4년간 11조6000억원 가량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축소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가경제 발전 저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SOC란 도로나 항만, 철도 등의 기반 인프라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우리나라도 경부고속도로나 경부고속철도 등 광역교통망 대한 집중 투자가 경제 부흥에 적지 않은 역할을 맡았다.

업계 종사자와 전문가들은 SOC가 복지의 대척점이라는 시선은 잘못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중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지역균형 발전과 복지 실현을 위해서는 오히려 SOC의 지속 투자가 필수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낙후 지역 개선 및 미래 수요를 대비하기 위한 복지형 SOC로 정책 패러다임 변화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선진국은 SOC 확대… “축소 시 경제발전 저해”

19일 기획재정부의 국가재정운영계획에 따르면 연간 SOC분야 지출은 내년부터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총 11조6000억원을 축소할 예정이다. 이는 국내 SOC 물량이 충분하다는 판단 아래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통계청 자료 등을 보면 OECD 29개 국가 중 국내 인프라수준은 도로 총연장 28위, 철도 총연장 26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특히 주요 선진국들은 노후 인프라 개선과 재해 재난 예방,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SOC 양적·질적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경제 회생을 위해 SOC 투자를 확대해 일자리 창출과 산업연관효과에 따른 각 분야 생산 증대를 추진했다.

2009년 '미국의 복구 및 재투자법'을 제정해 새 SOC 사업에 980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4년여간 SOC 및 건설산업 부문에 약 1500억 달러 투입했다.

영국은 국가인프라계획에 따라 SOC 투자를 추진 중이며 국내 총생산(GDP) 중 가장 큰 부문을 차지한다. 2015년까지 2000억 파운드(민간 50%)를 철도와 고속도로 등에 투자할 방침을 세웠다.

아베노믹스를 추진 중인 일본은 올해 당초 예산안 5000억엔에 약 1조엔을 추가해 노후 인프라 점검·보수와 건축물 내진화를 추진키로 했다. 

박용석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건설산업의 경제 성장 기여율은 2009~2012년 0.2%포인트 하락해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며 "정부는 SOC 투자를 축소해도 GDP 대비 적정 SOC 투자 규모인 2.52~3.08% 범위 내 있을 것으로 보지만 민간 등 투자가 부진해지면 2013~2016년 경제 성장률 3.5% 달성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편적 복지 위한 생활밀착형 SOC 부상

SOC와 복지는 대척점이 아니라 삶의 질 향상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지향하는 만큼 결국 보편적 복지에 해당한다는 게 건설업계의 주장이다. 

한국은행의 산업연관표를 보면 건설산업의 고용유발계수는 2010년 기준 10억원 당 12.1명으로 제조업(6.7명)이나 전체 평균(8.3명)보다 높은 수준이다. SOC 투자가 고용 증가와 소득 증가를 유발하고 이는 소비 증대, 생산 증가로 이어진다는 선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SOC를 투자해야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민 삶의 질도 향상시킬 수 있을까. 박 연구위원은 “국민 복지수준 향상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생활 밀착형 인프라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주요 생활밀착형 SOC의 투자 분야로는 공원 확충과 낙후·오지지역 교통, 재해·재난 예방, 노후 시설 개선, 상습정체 도로구간 등이 있다.

도시공원은 전국 총 1만9600개가 지정됐지만 지자체 재정 부족 등으로 실제 조성률은 38.2% 수준에 불과하다. 서울의 경우 1인당 생활권 공원의 면적이 2011년 기준 4.86㎡로 국내 최고 수준이지만 일본 동경(5.14㎡)이나 미국 뉴욕(14.12㎡)보다 낮은 편이다.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환경 조성을 위해 도시공원의 적극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통 SOC 중에서도 낙후·오지 지역 주민 이동권 향상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도로 포장률을 보면 대도시인 서울은 100%인 반면 가장 낮은 경남 지역은 69.2%로 크게 밑돈다. 도로별로는 고속도로(100%)에 비해 지방도(82.9%)·시도(68.7%)·군도(63.2%)는 상대적으로 낮다. 

노후 인프라 개선도 시급하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인프라 고령화율은 산업단지를 제외한 교량·터널·항만·옹벽·댐·하천시설·상하수도 주요 인프라 1만4544개 시설 중 1352개소가 30년 이상 돼 고령화율이 9.3%에 달한다.

전체 인구 90%가 집중된 도시 지역에서 급증하고 있는 교통혼잡도 해소해야 할 문제다. 2009년 기준 교통혼잡비용은 27조9000억원으로 GDP 2.62% 수준이다. 이에 따라 대도시권 순환도로 사업 등 교통혼잡 완화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류재영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가경쟁력과 지역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실질 생활권인 중소도시와 시·군지역의 다양한 교통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재정자립도가 대부분 낮은 지방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재원발굴 등에 대해서도 검토가 보완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