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삼성 광주사업장 "근무환경 바꾸니 반년새 손실 61% 감소"

2013-11-18 06:00

광주시 광산구 오선동에 위치한 삼성전자 그린시티 1캠퍼스 정문 모습.


아주경제 이혜림 기자(=광주) = 최근 삼성전자 광주 그린시티 1캠퍼스 냉장고동 생산라인에는 '출렁거리는 물레방아 장치(CABI JIG)'라는 독특한 장비가 등장했다. 

판금공정에서 출렁거림을 고정하기 위해 만든 이 물레방아는 생산라인 직원의 아이디어로 탄생된 작품이다. 기계 앞에는 윤부근 삼성전자 CE 부문 대표의 이름이 적힌 '횡전개 우수과제 발굴 인증서'가 붙었다.

'횡전개 우수과제 발굴 인증서'는 윤 대표가 혁신 사례로 인정한 공정에 부여되는 상이다. 현재 냉장고동에는 이 인증서를 획득 17개의 혁신 공정이 있다.

김종석 생활가전사업부 글로벌제조센터 냉장고 제조그룹 차장은 "출렁거리는 물레방아 장치로 직원의 아이디어를 활용해 획기적인 원가절감을 이뤄냈다"며 "생산공정의 혁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 모듈생산방식 도입…생산성 향상·품질 관리 만전

FS9000·T9000·M9000 등 삼성전자 프리미엄 냉장고가 생산되는 1캠퍼스 냉장고동은 삼성전자의 제조혁명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냉장고 전 생산라인을 모듈생산방식(MPS)으로 재편하고 모든 작업을 정지 상태에서 진행하고 있다. 이곳에서 컨베이어 벨트는 제품의 이동수단으로만 사용된다.

김 차장은 "움직이는 채로 작업을 할 경우 조립과정의 정교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 도입한 방식"이라며 "안정적인 상태에서 작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품질 경쟁력 향상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복층으로 돼 있던 생산라인도 단층화 시켰다. 라인이 한 층으로 놓이면서 직선거리 260m·면적 2만2032㎡ 로 이뤄졌던 라인 규모도 122m·1만7055㎡로 줄어들었다. 동시에 생긴 5160㎡의 여유 면적은 사원 휴게공간과 신 모델 개발 전시·분석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이와 함께 한 라인에서 동시에 여러 가지 모델을 생산하는 혼류방식을 도입해 시장상황 변화와 고객수요에 곧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 그린시티 냉장고 생산라인 직원들이 만든 원가절감 포스터가 사업장 입구 벽에 붙어있다.


◆ 폐기와의 전쟁 선포…'자재 혁신 DNA' 심었다

시스템의 변화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 냉장고동에서 일하는 전 임직원들은 지난 4월 '폐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대적인 근무환경 변화에 나섰다. 

가장 먼저 변한 것은 생산라인 임직원의 근무복장이다. 각 작업복에는 개인이 담당하는 공정의 이름이 새겨졌다. 주머니에 있던 휴대전화와 소지품은 사업장에 마련된 개인사물함 안으로 옮겼다.

작업자의 머리 위에는 현재 작업 중인 제품 사양을 확일할 수 있는 모니터가 설치됐다. 사람의 실수로 생긴 '휴먼 애러' 발생을 막기 위해서다.

작업자의 실수로 불량제품이 시장에 나갈 경우에는 '멍텅구리 시장불량'이라는 빨간색 경고장이 붙는다. 경고장이 붙은 라인은 관리자와 품질담당자의 특별관리 대상이 된다.

관리자들에게는 냉장고 마스코트 동물인 '백곰'의 이름을 딴 개인 백곰예금통장이 발행됐다. 부품 폐기물량을 철저히 수치화하라는 취지다. 일별 폐기 부품은 '찾으신 금액'에, 불량 개선 부품은 '입금하신 금액'에 기록된다.

강도 높은 원가절감 운동은 6개월만에 대규모 비용절감 성과를 가져왔다. 자체 집계 결과 냉장고동에서 폐기로 인한 손실금액은 올 4월 10억6000만원에서 10월 4억1000만원으로 감소했다. 손실률도 0.93%에서 0.24% 수준으로 줄었다.

김 차장은 "생산라인에서는 품질 향상과 원가 절감을 위한 아이디어가 지속적으로 발굴돼 적용되고 있다"며 "삼성전자 생활가전의 혁신은 거창한 것이 아닌 현장의 작은 변화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