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마담’ 홍보실장 교체하는 기업들의 속사정
2013-11-13 14:45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기업의 얼굴마담인 홍보실 임원이 새 인물로 교체되고 있다.
새 인물을 영입한 기업들 나름대로 안도 있는 속사정을 반영한 것으로, 언론과 여론을 직접 상대하는 홍보임원의 교체는 최고경영자(CEO)의 교체 이상 기업 내부에는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대대적으로 홍보라인을 교체한 효성그룹은 최근 권오용 전 SK(주) 사장을 영입했다.
오는 18일부터 서울시 마포구 효성그룹 본사로 출근하는 그는 홍보총괄 상임고문을 맡아 위기에 처한 효성그룹의 대외 홍보 업무를 총괄 지휘하게 된다. 효성그룹은 지난 5월부터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은데 이어 검찰에서 조석래 회장 등 주요 경영진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중이며, 조 회장은 현재 지병이 악화돼 서울대병원에 입원중이다.
1955년생인 권 전 사장은 국내 홍보업계에서 '홍보와 위기관리의 달인'으로 꼽힌다. 서울사대부고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전국경제인연합회 홍보팀장을 맡은 그는 홍보실장(상무보)를 끝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이동해 회장실 홍보담당 상무, 동아생명보험(현 금호생명보험) 홍보담당 상무, KTB네트웍스 전무를 거쳐 2004년 SK그룹 기업문화실장 전무를 맡았다. 2005년 소버린 사태가 발생해 SK그룹의 주력 계열사가 외국자본의 손으로 넘어갈 수 있는 위기상황에서 뛰어난 홍보능력을 발휘해 소버린이 한국을 철수하게 만든 일은 지금도 유명한 일화다. 이후 SK그룹의 여러가지 현안을 해결할 때마다 권 전 사장이 많은 기여를 했다.
효성그룹이 그를 영입한 배경도 세금 탈루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 회사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권 전 사장이 능력을 빌리기 위함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일가 형제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삼성그룹과 CJ그룹이 비슷한 시기에 언론인 출신 홍보임원을 영입한 점도 지켜볼만한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백수현 전 SBS 보도본부 부국장을 커뮤니케이션팀(홍보담당) 전무, 서울신문과 YTN·문화일보 등을 거친 백수하 전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 상무를 홍보담당 상무, 이준 전 TV조선 보도본부 부본부장을 기획팀 전무로 영입해 각각 발령했다.
CJ그룹도 9월 영입한 동아일보 출신 김상영 홍보전문 임원(부사장)을 10월 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그룹 홍보실장으로 발령을 냈다.
삼성그룹과 CJ그룹 모두 대외적으로는 이들 언론인 출신 고위임원 영업이 사회와의 소통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이유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효성과 삼성, CJ 이외에도 연말 각 그룹은 정기인사를 전후해 홍보담당 임원 교체가 줄을 이을 전망이다. 새 정부에 맞는 코드 인사와 더불어 능력있는 홍보맨들이 대거 시장에 나와 있어, 각 기업의 사정에 맞춘 인사들의 수요는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각 기업들의 홍보 강화 움직임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