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지식재산 담보대출 확대될까

2013-11-12 16:59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중소기업 지원 확대 방안 중 하나로 지식재산권(IP)을 담보로 활용하는 IP금융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IP에는 특허권이나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및 상표권 등 산업재산권과 저작권, 신지식재산권 등이 모두 포함된다. 그러나 담보력을 평가하기 어려워 시중은행들은 여전히 취급이 어렵다는 반응이다. 

12일 한국은행과 특허청 및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산업재산권 출원 건수는 2003년 30만6000건에서 지난해 39만7000건으로 증가했다. 특허 출원건수도 같은 기간 11만9000건에서 18만9000건으로 급증했다. 

지식재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IP금융 시장도 저변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책은행이 가장 먼저 응했다. 

산업은행은 지난 9월 중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인 쉬프트정보통신 등 IP보유기업 5곳에 총 67억원의 IP담보대출을 국내 최초로 시행했다. 부실이 발생하면 특허청과 공동으로 조성한 회수지원기구에서 담보 IP를 매입해 은행의 채권회수를 지원하는 구조다. 산은은 1000억원 규모의 IP펀드를 포함해 총 1500억원을 올해 IP보유기업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지난 6월 기술보증기금의 기술평가와 이에 따른 보증서를 담보로 자금을 대출하는 'IP보유기업 보증부대출'을 총 2000억원 규모로 내놨다. 기보의 보증서를 조건으로 하는 대신 기술평가료 500억원 전액과 보증료 일부를 은행이 지원하며 업체당 최대 100억원까지 필요한 운전자금을 빌려준다.

시중은행에서는 국민은행이 지난달 말 기업은행과 같은 구조의 'IP 협약보증부대출'을 출시했고, 신한은행의 '연구개발(R&D) 우수기업대출' 상품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그러나 은행들은 IP를 담보로 대출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기술이나 IP를 평가할 만한 기준이 모호해 리스크가 크다는 단점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중소기업 지원부서 관계자는 "제조업 외에 기술을 인증할만한 기준이나 평가기관이 없다"면서 "디자인이나 문화콘텐츠 같은 경우 심사대상이 되기 어려운 데다 대출이 된다 해도 부실이 발생할 경우 대출금 회수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성완종 새누리당 의원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기보의 기술평가 인증서가 은행 대출에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지난 2011년 기술인증서를 받아 대출된 3214건 중 18.4%가 대출이 실행되지 않았고 12%는 인증서부대출이 아닌 담보대출로 확인됐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아예 자체 평가 모형을 만드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기존의 여신기획부 산업정보팀에 이공계 전공 내부 직원과 외부 전문가 1명을 영입해 산업기술평가팀을 신설했다. 기업은행 역시 기술평가팀을 만들어 자체 평가모형을 만들고 있다. 

송두한 농협경제연구소 거시금융연구실장은 "국내 IP금융은 은행 여신에 대한 집중도가 과도하게 높아 기업의 부채구조를 악화시키고 사업리스크를 분산하기 어려운 구조적 취약성을 지닌다"면서 "또한 기술금융의 경우 전문적인 기술력 평가체계가 구축되지 않아 담보나 신용력 중심의 기업평가 관행이 여전해 활성화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서울 역삼동에서 열린 '기술평가·기술금융 활성화 공개세미나'에서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기술금융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기술평가시스템 구축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