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더 파이브’ 정연식 감독 “살인마 연구에 몰두했죠”

2013-11-12 15:12

정연식 감독이 지난 8일 서울 팔판동 카페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형석 기자]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정연식(46) 감독은 특별한 경력을 갖고 있다. 1993년 대한민국 현대미술대전에서 본상을 차지한 그는 화가가 되지 않고 94년부터 97년까지는 한 CF제작사에 PD로 재직했다. 98년 국민일보 만화공모전에 입선하면서 프리랜서 만화가 겸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다. ‘또디’ ‘달빛구두’ 등을 내놓으며 관심을 받았고 2011년 ‘더 파이브’를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연재, 큰 인기를 끌었다. 더 파이브(제작 시네마서비스)는 올해 영화로 제작돼 오는 1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메가폰은 정연식 작가 본인이 잡았다.
 
경력만 놓고 본다면 작가에서 감독으로 변신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정연식 감독의 꿈은 영화감독이었다.
 
지난 8일 서울 팔판동 카페에서 아주경제와 만난 정 감독은 “어릴적 꿈은 영화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고향인 경남 진해시를 떠나 서울에 상경하며 “영화 감독이나 만화가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 정 감독은 “긴 시간을 돌아왔다”고 말했다.
 

정연식 감독이 지난 8일 서울 팔판동 카페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형석 기자]

“단편영화를 계속 준비하고 있었어요. 신문만화를 준비하면서도 영화 아카데미에 들어가려고 면접 준비도 했죠. 영화를 정말 찍고 싶었어요. 그러던 중에 곽경택 감독님께서 달빛구두 영화화를 제안하셨죠. 영화에 대한 꿈을 살려주신 것이라 매우 감사했어요.”
 
운명의 장난일까. 곽경택 감독의 신작 ‘친구2’가 더 파이브와 동시 개봉한다. ‘친구’를 7번이나 봤다는 정 감독은 “정말 존경하는 분과 같은 날 개봉하는 것이 되게 기쁘다”면서 “두 영화 모두 흥행에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더 파이브는 살인마 재욱(온주완)로부터 처참히 짓밟히고 눈앞에서 남편과 17살 딸을 잃은 은아(김선아)가 자신의 희귀 혈액형인 Rh-O형을 이용해 복수에 나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끔찍한 사건 후 몸이 불편한 은아는 자신과 같은 희귀 혈액형 때문에 장기기증을 받기 어려운 당사자와, 가족이 있는 다섯 명 대호(마동석), 남철(신정근), 철민(정인기), 정하(이청아)를 모아 복수를 계획한다.

은아는 3개월이 채 남지 않은 시한부 삶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교회 전도사 혜진(박효주)으로부터 “아무리 나쁜 사람에게 복수를 해도 지옥 간다”는 말에 “나는 여기가 지옥”이라며 재욱에게 접근한다.
 

정연식 감독이 지난 8일 서울 팔판동 카페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형석 기자]

정 감독은 영화를 위해 긴 시간 취재를 했다. 대한민국 1호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 권일용 경감을 직접 만났다. 권 경감은 2004년 유영철 사건의 심리분석을 맡았으며 2006년 정남규 사건, 2009년 강호순 사건, 2010년 김길태 사건 등 중요 강력사건 해결에 기여한 바 있다. 표창원 교수의 ‘한국의 연쇄살인’이나 ‘세기의 살인마’(김현승 저)도 읽었다. 여기에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에 대한 책들을 정독했다는 그는 “할 수 있는 취재는 다했다. 드라마나 영화, 다큐멘터리까지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이는 것들은 거의 섭렵했다”며 “결론은 범인에 사연을 만들지 말자였다”고 회상했다. 유년기의 아픔이나 삶의 환경이 살인마를 만들었다는 슬픈 사연은 뺐다는 말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살인마 재욱의 온주완은 기존 로맨틱코미디에서 보여준 이미지를 과감히 지우고 연쇄살인범을 완벽히 연기했다.
 
“사실 온주완이란 배우를 좋아했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온주완의 연기를 좋아했죠. 재욱을 뽑기 위해 오디션을 봤는데 온주완이 오디션을 보겠다는 말을 듣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죠.”(웃음)
 

정연식 감독이 지난 8일 서울 팔판동 카페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형석 기자]

김선아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김선아가 함께 해줘 매우 고마웠다”고 회상한 그는 “이렇게 예쁘고 연기 잘하는 배우를 누가 마다하겠느냐”라고 반문라며 “김선아가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어했다. 나 역시 김선아의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김선아는 고아로 자라 누구보다도 가족이 소중했던, 그래서 더욱더 복수심에 불탄 은아로 분했다.
 
“더 파이브에 출연한 모든 배우들과 또 같이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정도 많이 들었지만 배우들이 저에게 열정을 쏟아부어준 느낌이에요.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다면 작은 단역까지 모든 배우들이 살린 영화라고 하고 싶습니다.”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꿈을 실현시킨 정연식 감독의 열정이 배우들에게도 전달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