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항, 초대형선박 못 쫓아가는 크레인…기피항만 우려

2013-11-12 13:55

전남 광양항 하역 작업 모습(아주경제 DB)


아주경제 장봉현 기자 = 최근 컨테이너 선박이 빠른 속도로 초대형화되면서 광양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크레인 능력 증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2일 여수광양항만공사에 따르면 광양항은 일반부두로 전환된 1단계 부두를 제외한 14선석이 컨테이너부두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광양항 컨테이너부두에는 18열 크레인 10기와 22열 크레인 16기가 설치ㆍ운용중이다.

22열 크레인은 인양높이가 41m로 9200~1만2000TEU급 컨테이너선까지 안정적인 작업이 가능하다. 광양항에 입항하는 컨테이너선 대부분이 1만3000TEU급 임을 감안하면 설치된 크레인으로는 만조 때 작업이 어려운 실정이다.

문제는 최근 컨테이너선박이 초대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컨테이너 시황을 보면 최근 들어 1만4000TEU급 이상 초대형 선박 발주가 이어지고 있다. 중동 선사인 UASC는 2만TEU급 컨테이너선 5척을 발주한다는 소식도 있다. 최근에는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해 향후 15년 이내에 3만TEU급 컨테이너 선박이 출현할 것이란 연구결과도 나왔다.

실제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인 1만8000TEU급 머스크(Maersk Line) 맥키니 몰러(MC-Kinney Moller)’호가 지난 7월 광양항에 입항한 바 있다.

여수광양항만공사는 앞으로도 초대형 선박을 광양항에 기항시키기 위해 여수지방해양항만청, 광양시 등 유관기관이 테스크포스(TF)팀을 구성, 유치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컨테이너를 선적할 때 사용되는 크레인의 능력이 작아 대형선박 유치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선사들이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띄우는 이유는 고유가 현상과 해운시장 악화로 인한 비용 절감을 위해서다. 이는 한꺼번에 많은 컨테이너를 실어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운송비 등 비용절감을 꾀한다는 것으로 앞으로도 이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대형화 되는 선박 규모에 맞게 크레인 역시 대형화를 해야 하지만 광양항에 있는 컨테이너터미널 중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곳은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광양항도 이 같은 추세에 맞춰 초대형 컨테이너선들이 자유롭게 드나들게 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광양항 컨테이너터미널 운영사 한 관계자는 "현재 설치된 크레인으로 인해 하역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선사 입장에서 광양항은 기피항만이 될 수밖에 없다"며 "물동량 추가확보는 물론 현행 유지를 위해서라도 크레인의 능력증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여수광양항만공사는 오는 12월께 3단계 1차 대한통운 터미널에 24열 크레인 1기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이 크레인은 1기당 11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광양항만공사 관계자는 "크레인 대형화의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하고 있지만 항만공사 부채해결이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에 쉽사리 투자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