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의 금융당국, 'MB 금융인' 집중 공격

2013-11-11 17:32
사퇴 압박 이어 비자금 의혹 조사…남은 사람도 좌불안석

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이른바 'MB맨'으로 불리는 금융인들에 대한 금융당국의 퇴출 작업이 시간이 흐를수록 강력해지는 분위기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에는 금융권 수장 물갈이를 하는 선에서 이뤄지는 듯 했지만, 연말이 다가오면서 불법 비자금 조성 혐의에 대한 조사까지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아직 현직에 있는 'MB 금융인'들도 자리가 편치 않은 게 사실이다. 이미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금융권을 떠나기로 마음을 굳힌 금융인도 있으며 스스로 사의를 표명할수도 없고, 마냥 현자리에 안주할 수도 없는 금융인도 있다. 박근혜 정부의 'MB 금융인' 색출 작업이 올 연말 금융권을 크게 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왼쪽부터), 김경동 예탁결제원 사장, 우주하 코스콤 사장


◆금융권 떠난 지주사 회장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출범 후 금융당국의 'MB 금융인' 물갈이가 진행됐다.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한 후 4개월여 만에 이명박 정부 시절 '4대 천왕'으로 불리던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일제히 금융권을 떠났다.  

지난 4월 강만수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이때부터 금융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이어 6월에는 이팔성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금융권을 떠났다. 어윤대 전 KB금융그룹 회장도 사퇴 압박을 받았다. 

그래도 어 전 회장은 예정됐던 임기를 채웠다. 그러나 임기 만료를 앞두고 기자 회견을 자청하면서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국민은행 노동조합의 연임 반대 선언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정부의 사퇴 압박이 강했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결국 어 전 회장도 7월 금융인으로서 생활을 매듭지었다. '4대 천왕'의 나머지 한 명인 김승유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전인 지난해 3월 퇴임했기 때문에 정부의 사퇴 압박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었다.

◆이번엔 비자금 의혹 조사

그러나 업계를 떠났다고 끝이 아니었다. 최근에는 금융지주사 회장 시절 불법 비자금 조성 의혹이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금융사의 잘못을 잡아내기 위해 금융당국이 당연히 해야 할 검사를 하고 있지만, 어쨌든 'MB 금융인'을 겨냥했을 것이란 견해에 무게가 실린다. 

첫 타깃은 어윤대 전 회장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국민은행 도쿄지점을 검사하면서 이곳 직원들이 부당대출을 해주며 거액의 수수료를 챙긴 사실을 확인했다. 수수료 중 20억원 이상은 국내로 반입됐다. 

금감원은 이 돈이 비자금 조성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과거 경영진과 관련이 있는지를 포함해 계좌 추적 등을 조사하고 있다. 어 전 회장은 'KB금융 내부 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경징계에 해당하는 '주의적경고 상당'의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라 거액의 스톡그랜트 지급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또 현재 금융권에선 어 전 회장에 이어 또다른 금융지주 전 회장이 검사 대상에 오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감원은 지난달 하나은행에 대한 종합검사를 시작했다. 사업 전반의 문제점을 살펴보기 위해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종합검사이지만, 하나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4000여점의 미술품에 대해 집중 검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과거 경영진에 초점이 맞춰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남아 있는 MB맨 '좌불안석'

MB 금융인들이 속속 금융권을 떠나고 있는 가운데 아직 현직에 남아 있는 수장들도 '좌불안석'이다. 현직에 있는 대표적인 'MB 금융인'으로 김경동 한국예탁결제원 사장과 우주하 코스콤 사장이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임명된 김 사장과 우 사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사퇴 압박을 받아왔고, 결국 9월 중순께 사의를 표명했다. 

예탁결제원과 코스콤의 새 사장은 이달 중 결정될 것으로 보이며, 현재 예탁결제원 사장에는 유재훈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MB맨'으로 불리는 이석채 KT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회장직을 사퇴하기로 하자, 이 회장과 가까운 금융인들의 거취도 관심사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금융권에서도 낙하산 인사가 되풀이 되는데, 그 결말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