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릿하게 보여주는 여자들' 영국유학간 이호련 신작 변했네

2013-11-10 16:45
겹쳐 펄럭이던 치맛단 사라지고. ‘Blurred’와 ‘Fade'이미지 13일부터 노화랑서 개인전

 

이호련 Blurred Image S130111S_162x 112cm. Oil on Canvas_2013/사진제공=노화랑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보일듯 말듯 '관음증'을 자극하는 작가 이호련의 그림이 좀 변했다.

영국에 유학간후 2년만에 선보인 그림은 영국의 날씨탓일까 흐릿해졌고 뿌옇다.

오는 13일부터 서울 관훈동 노화랑에서 여는 4회 개인전에 신작  ‘Blurred Image’와 ‘Fade Image’연작을 선보인다.

 여성의 하체를 소재로 중첩된 이미지를 담은 이전의 그림 '오버 랩핑'과는 달리 노골적이다.

 
펄럭이는 치마자락과 그속에 드러난 허벅지 사이의 은밀함을 보여주던 이전 작품과 달리 흐린 안개속같은 공간에 몸을 드러낸 여인들이 등장한다. 이전 오버랩된 치맛단 사이의 아찔함이었다면, 이번엔 여성의 하체를 대놓고 보여준다. 

 '겹침의 미학'이 있었다면 신작은 '흐릿한 미학'이 지배한다.

 치마로 얼굴을 가린채 드러낸 하체도 뿌옇고(Blurred Image), 하이힐을 신고 쪼그리고 앉아 하얀 팬티를 보여주는  ‘Fade Image’도 스모그에 쌓인듯 침침한 모습이다. 

 작가는  ‘Blurred Image’는 보이는자의 노출하려는 행위를 표현하고,  ‘Fade Image'는 보는자의 관음적인 시선을 표현한 연작이라고 전했다.

 그는 "관람자의 관음적인 시선과 화면속의 자신의 신체를 드러내는 여성의 행동이 동시에 충돌하는 지점을 표현하려 했다"고 밝혔다.

 작업은 사진을 먼저 찍고 그림으로 그린다.  작가에게 사진과 회화는  ‘본다’라는 행위를 드러내는 동일한 가치다.

 홍익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한뒤 지난 2011년 영국으로 건너가 LCC(London  College of Communication)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호련은 ”전공을 바꾼 것이라기 보다, 회화작업을 좀더 심화시키기 위해 사진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작품평을 쓴 박순영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는 “이번 신작은 사진과 다른 회화를 고집하지 않고 오히려 과감하게 사진적 시각을 더욱 파고들었다"며 "하나는 경계를 흐리는 방식으로 오히려 보는자의 시선(사진기)이 구체화되었고, 하나는 색을 흐리게 하는 방식으로 보여주려는 자의 태도(이미지)가 갖는 주체성이 강화되었다"고  설명했다.
 

이호련 Blurred Image S130211S_130.3 x 388cm<부분>, Oil on Canvas_2013 사진=노화랑.

이호련.오버랩핑 부분.2009.


 이호련은 2007년 '오버 랩핑'으로  미술시장에 떠올랐다.  마치 만화페이지를 넘기듯 스르륵 겹쳐져 펄럭이는 치마자락과 허벅지 사이엔 드러난 은밀함은 컬렉터들의 눈길을 자극했다.

 '보여주려는 여자'와 '보고자 하는 자'들 사이의 감질맛이 제대로 포착된 그림은 이미지가 넘치는 관음증 시대에 궤를 같이하며 인기를 끌었다.  

  그렇다고 관음증을 유발하는 질퍽한 분위기와는 다르다.  그림속 여자는 청순하다. 자전거를 타거나 커튼이 하늘거리는 공간에서의 소녀같은 상큼함이 넘친다. 다만 치맛단이 스르륵 올라간 그림일 뿐이다.  그런데 그림은 감상자의 마음을 교란시킨다. 보는 순간 주변을 살피고 괜스레 붉어지면서도 '금지된 매력'에 취하게 했다.

 '보이고싶은 욕구'와 '보려는 욕구'의 상반된 감정이 교차되고 충돌하면서 의외의 감정을 유발하는 이호련의 그림은 현대인의 또다른 소통의 키워드다.

 치마자락이 펄럭이는 이전 작품과 다르지만 흐릿한 신작도 보면 볼수록 눈길을 끌어당긴다.  빨간바지를 입은 여인이 수그린채 엉덩이를 보여주는 팜플릿 표지 그림도 어딘가에 집중되는 '묘한 그림'이다. 12점이 선보인다. 전시는 27일까지.(02)732-3558
 

이호련 무제 S130211S_145.5cmx 97cm. Oil on Canvas_2013  사진=노화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