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진화, 문화를 입는다.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런던한국영화제ㆍ부천판타스틱영화제 등 각종 영화제에 출품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단편영화 ‘청출어람’과 ‘사랑의 가위바위보’를 제작한 회사는 코오롱스포츠다. 이 영화에는 아웃도어 제품 광고가 단 한 컷도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송강호, 윤계상, 박신혜 등 주연배우들이 자연과 그들의 삶을 이야기 한다. 반응도 유투브 조회수 100만건을 돌파할 정도로 폭발적이다. 영화를 보고 브랜드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김지민(32) 씨는 "색다른 영화마케팅으로 코오롱스포츠의 노후한 이미지가 굉장히 신선해졌다”고 평했다.
#제일모직은 최근 소설가 3명과 함께 ‘빈폴 다운재킷’을 주제로 3편의 단편소설을 출판했다. 이 소설은 인간과 다운재킷의 공통 속성인 '따뜻함'을 중요 소재로 다루고 있는데, 조만간 배우 이다희와 윤계상이 소설 속 이야기를 주제로 표현한 영상도 무료로 공개할 예정이다.
대표적인 제조업으로 분류되던 패션이 문화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제일모직ㆍLG패션ㆍ코오롱FnC 등 국내 대표 패션기업들이 자사 제품에 문화를 입히는 '문화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단순한 제품 중심의 홍보나 유명 연예인에 의존한 스타마케팅에서 벗어나 소설ㆍ영화ㆍ토크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제품에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제일모직은 최근 대표브랜드 빈폴에 '윈터스토리'캠페인을 도입했다. 브랜드 론칭 이후 처음 시도되는 이 캠페인은 3명의 소설가가 빈폴의 다운점퍼를 주제로 단편소설을 쓰고, 이를 2명의 배우가 영상을 통해 전달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아날로그 감성인 소설을 통해 패션이 재해석 된다는 점에서 다른 브랜드와 크게 차별화 될 것"이라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고, 브랜드의 감성과 스토리를 공유하겠다"고 전했다.
LG패션도 지난해부터 김정운 교수와 손잡고 남성복브랜드 ‘일꼬르소’의 행복 토크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통해 ‘힐링’이 필요한 현대인들을 위로함으로써 브랜드 친밀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남자의 가장 행복한 순간'을 주제로 진행되는 콘서트는 김 교수의 토크 뿐 아니라 모던 재즈, 클래식 등의 공연과 스타일링 클래스 등 다양한 내용으로 진행된다. 2년만에 8차례나 열릴 정도로 반응이 좋다.
LG패션 관계자는 "참가자의 절반 이상이 젊은 남성일 정도로 남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라며 "단기적인 매출보다는 남성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 컨텐츠를 제공하고, 아직 '패션'이 어색한 남성들에게 이를 즐길 수 있는 요소로 다가서게 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코오롱스포츠도 론칭 40주년 일환으로 대대적인 영화프로젝트 '웨이 투 네이처 필름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박찬욱, 박찬경, 김지운 등 국내 대표 영화감독들이 인간과 자연을 주제로 단편 영화를 제작하는 형태로, 최근까지 두 편의 영화가 공개됐다.
업계 관계자는 "감성소비와 체험을 즐기는 사람들, 또 소비를 통해 치유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을 충족시키기 위해 패션업체들이 문화에 눈을 돌리고 있다"며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통해 브랜드 친밀도와, 신뢰도, 선호도 등을 높일 수 있어 1석 3조의 효과“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