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말리서 프랑스 기자 2명 무장괴한에 피살

2013-11-03 10:27
급진 이슬람 무장단체, 반군 단체 등 의심

프랑스 라디오 방송인 RFI 소속 프랑스인 기자 2명이 서아프리카 말리에서 취재 도중 납치, 피살됐다고 프랑스와말리 당국이 2일(현지시간) 밝혔다.

 프랑스 외무부는 “RFI의 클로드 베흐롱 기자와 쥐슬랭 뒤퐁 기자 등 2명이 말리북동부 키달시(市)에서 납치됐으며, 몇 시간 만에 살해된 채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정부와 RIF는 이들 기자가 투아레그족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반군 단체인 아자와드전국해방운동(NMLA) 대변인을 인터뷰한 뒤 그의 집 앞에서 무장괴한들에게 납치됐다고 전했다.

 이들의 시신은 납치된 곳에서 10여㎞가량 떨어진 키달 외곽의 한 도로에서 발견됐다.

 기자들과 인터뷰한 암베리 아그 리사 NMLA 대변인은 프랑스24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서 밖으로 나가자 4륜 구동차 한대가 기자들이 타고온 차량 옆에 서 있었고 터번을 쓴 괴한이 내게 총을 들이대며 ‘안으로 들어가라’고 위협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리사 대변인은 또 “무장괴한들이 (기자들을 태우고) 떠난 뒤 총소리 한방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차 밖으로 나와있던 괴한은 4명이었으나 차 안에 몇 명이 있는지는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시신이 발견된 곳은 키달 동부 티네사코 마을로 이어지는 도로였는데 이 마을의라사나 카마라 부대표는 “(기자들의) 시신은 목이 잘려 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엘리제궁(대통령실)은 기자들의 사망이 확인되자 성명을 내고 “프랑수와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이 끔찍한 사건에 크게 분개했다”고 밝혔다.

 올랑드 대통령은 또한 이브라힘 부바카르 케이타 말리 대통령과 전화 대화를 통해 말리 북부 테러조직 추적을 계속하겠다는 데에 뜻을 모았다고 엘리제궁은 덧붙였다.

 올랑드 대통령은 3일 긴급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사건 경위 파악과 수습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프랑스 검찰도 이들의 납치가 테러단체와 연관돼 있는지에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기자 피살 사건은 북아프리카 알카에다 연계 조직에 의해 3년 동안 억류되어 있던 프랑스인 4명이 석방된 지 불과 나흘 만에 발생했다.

 RFI는 이들 기자가 해당 지역에 정통한 베테랑이었다고 전했다. 여기자인 뒤퐁은 1986년부터 RFI에서 일하며 에티오피아와 수단, 민주콩고 등을 두루 거쳤고 1982년부터 이 회사에 몸담은 베흐롱 역시 분쟁지역 취재에 능했다고 전했다.

 기자들을 납치·살해한 세력이 어디인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현지 관계자들은 ‘알카에다 북아프리카지부’(AQIM)와 ‘안사르딘’ 등 급진 이슬람 무장단체를 의심하고 있다.

 티네사코 마을의 카마라 부대표는 “지금까지 들리는 바로는 이슬람 무장단체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QIM 등 이슬람 무장단체는 지난해 3월 말리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이후 9개월 이상 말리 북부를 점거하고 외국인을 납치한 뒤 몸값을 받아 작전 비용으로 충당해왔다.

 특히 AQIM는 과거 말리를 식민통치했던 프랑스가 올해 1월 말리 내전에 군사 개입을 결정하고 말리 정부군을 지원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프랑스인 인질을 여럿 살해하기도 했다.

 그러나 말리 정부군에서는 NMLA의 소행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을 조사중인 키달 주둔 말리군의 오마르 사이 중령은 “사실상 키달을 장악한 NMLA 간부의 집 앞에서 기자들이 피랍됐는데 아무도 NMLA는 (배후세력으로) 지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유목민족인 투아레그 부족을 중심으로 결성된 NMLA는 지난해 4월 북부지역(Azawad) 분리 독립을 선언했으며 올해 1월 급진 이슬람주의 세력을 몰아내고 키달 지역을 장악했다.

 말리 정부는 올해 6월 MNLA와의 휴전협정을 체결한 뒤 키달에 정부군을 주둔시켰으나 양측은 교전과 평화협상을 거듭하며 대립중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