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GGGF> 이춘연 대표 “한국영화 미래 위해 대기업 독과점 최소화 필수”

2013-10-30 16:00
“정책적 인재 양성 중요…지원은 OK, 간섭은 NO”

이춘연 대표 [사진=남궁진웅 기자]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영화 ‘더 테러 라이브’ 제작사 씨네2000의 이춘연 대표가 ‘한국영화의 국제화와 창조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30일 오전 10시30분 서울 도화동 마포가든호텔 무궁화홀에서 열린 ‘제 5회 글로벌 그린 성장 포럼 2013’(GGGF-Global Green Growth Forum)에서다.

1985년 7월1일, 영화법 개정을 한국영화 발전의 시작점으로 평가한 이 대표는 먼저 제도적 측면에서 한국영화 부흥의 원인을 분석했다. “개정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20개 영화사가 독점하고 있었다. 수익을 보장하는 외화 한 편을 수입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한국영화 4편을 만들던 시대였다. 1~2주만에도 영화가 완성됐다. 영화법 개정으로 등록제에서 신고제로 바뀌었고 영화를 좋아하는 인재들이 충무로로 몰렸다”고 회상했다.

이 대표는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겠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선언으로 시작된 제도적 혁신을 발전 자양분으로 평가했다. 한국영화를 142일 의무상영하는 ‘스크린쿼터’ 폐지가 대통령에 의해 거부되고, 영화진흥공사가 민간자율기구인 영화진흥위원회로 바뀌고, 필름에 가위질을 하는 대신 등급을 매기는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출범한 것 모두가 1999년의 일이다.

“표현의 자유를 쟁취한” 한국영화가 1996년 시작한 부산국제영화제를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키워낸 것도 한국영화의 세계화에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우물 안 개구리이던 한국영화가 외국과 교류를 시작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등의 산파 역할을 했다. 영화 잔치가 열리면서 영화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한국영화가 해외로 나가는 다리 역할을 했다. 칸, 베니스, 베를린 등의 세계적 영화제에 한국영화와 감독들이 소개되고 각종 상을 휩쓸었다”고 세계적 위상이 높아진 과정을 설명했다.

영화를 “궁극적으로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 표현한 이 대표는 “좋은 인력이 영화계로 들어오고 인재들이 양산된 것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운영하는 한국영화아카데미가 30년째 운영되고 있다. 100개에 달하는 영화학과 학생들과 유학파도 합류했다. 체계적으로 우수한 영화인들을 배출하는 것은 산업 발전의 핵심”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CJ와 롯데 등 대기업이 조성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등 인프라 구축도 한국영화 발전에 한 몫 했음을 알렸다.

이 대표는 “이처럼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대기업 자본 및 우수한 인력의 유입이 10년간 쌓이면서 오늘의 한국영화를 가능케 했다”고 종합했다. 한국영화의 발전 전략 역시 정책과 자본의 효율적 운용, 인재 양성과 디지털시대에 걸맞은 인프라 구축에서 찾았다. 

“독립영화와 다양성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을 지원해야 한다. 미래 한국영화에 피가 되고 살이 될 것이다. 기업보다는 국가가 나서서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극장뿐 아니라 온라인 상영관의 이용회차까지 집계될 수 있도록 온라인통합전산망의 구축이 시급하다.”

한국영화의 역사를 함께해 온 이 대표가 가장 중요시한 미래 전략은 대기업의 독과점 최소화와 배분율 조정이다. “CJ와 롯데가 영화산업의 파이를 키운 공은 인정하지만 투자에서 제작, 배급까지 생산라인 전체가 대기업에 종속돼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이익은 영화 현장으로 순환되어야 한다”면서 “영화 발전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콘텐츠이고 그를 창조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이 대표는 한국 영화계가 나아가야할 길에 대해 아시아와 태평양을 지목했다. “지금 영화인들은 할리우드에 대적하려고 한다”고 지적한 이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아프리카 영화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칸과 베를린에 가면 꼭 남의 집에 간 기분이다. 낯설다. 그러나 현재 18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영화제에 가보면 친척 집에 놀러간 기분이 든다. 아태지역을 시작으로 감정과 감성이 통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몰두했다. 우리 시장으로 만들어야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CJ와 롯데가 현재 중국에 진출해 있다. 대기업들은 작은 국내시장 안에서 싸우지 말고 인력과 자본을 밖으로 돌려야한다. 영화를 통해 사람이 섞이고 돈이 섞이게 만들어야한다. 우리 영화를 현지화하고 그곳 영화를 우리나라에 소개를 시켜야 진정한 교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