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모비스 제치고 그룹 3위 계열사 등극
2013-10-17 15:45
정의선 부회장 위상도 커져, 강판에서 완성차까지 모두 관여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에서 분할된 냉연사업을 합병함으로써 현대모비스를 제치고 현대자동차그룹내 3위 계열사로 덩지가 커졌다.
이를 통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아들로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을 것으로 보이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위상이 한층 강화됨으로써 이번 결정은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후계 준비가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개최해 현대하이스코의 냉연강판 제조 및 판매부문을 분할 합병키로 결의했다. 현대하이스코는 현대제철 등으로부터 열연강판을 공급받아 이를 가공해 자동차용 냉연강판과 강관을 생산해 왔으며, 그동안 꾸준히 양사간 합병설이 대두돼 왔다.
회사간 합병이라는 예상과 달리 냉연사업의 분할 합병이라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은 자동차용 강판 전문 제철소라는 현대제철의 지향점을 강화시키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이번 냉연사업 합병을 통해 현대제철의 연간 매출 규모는 2012년을 기준으로 14조원에서 20조원대로 커져, 현대모비스(16조원대)를 제치고 매출액 기준 그룹내 3위 계열사로 도약하게 된다. 또한 현대차(43조원대), 기아차(28조원대)에 이어 그룹 계열사중 연 매출 20조원을 넘는 세 번째 계열사라는 위상도 갖추게 된다.
현재 업계 1위인 포스코의 연 매출규모가 35조원대임을 감안하면 현대제철은 생산 규모 면에서 본격적으로 포스코를 추격할 수 있는 가시권에 들어섰다. 특히 현대하이스코는 그동안 냉연강판 가공을 위한 열연강판을 현대제철과 포스코로부터 구매해 왔는데, 이번 분할 합병으로 포스코와 현대하이스코간의 거래는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3고로 가동으로 쇳물 생산이 넘치는 현대제철이 굳이 포스코로부터 물량을 구매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하이스코는 회사 매출의 60%를 차지했던 냉연사업을 떼어줌으로써 사업구조의 대대적인 개편이 있을 전망이다.
예상되는 전망은 현재 매출액의 20% 수준을 보이고 있는 해외사업 비중을 한층 늘려 글로벌 사업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하이스코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해외 생산기지에 동반 진출해 자동차용 강판을 제조·판매하고 있는데,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대해 비 현대차 그룹 물량을 늘려나간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대제철로부터 물량을 공급받아 해외에 상사 기능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범 현대가인 현대종합상사가 수행하던 수출 대행 업무를 현대하이스코가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의 본질 사업인 강관 부문은 건설 경기의 부진으로 수익성이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 성장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신기술을 접목한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및 판매를 늘려나감으로써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자동차 중량을 줄일 수 있는 특수 강판과 수소연료전지 등 새로운 먹거리 창출이 기대되는 신성장 동력 육성에도 힘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결의는 정 부회장의 그룹내 위상을 더욱 강화시키려는 의도도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정 부회장은 현대제철을 비롯해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현대오토에버 사내이사 및 기아차와 현대엔지비 기타비상무이사 직함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대하이스코는 정 회장의 사위인 신성재 사장이 운영하고 있다. 냉연사업을 넘겨 받음으로써 정 부회장은 그룹의 핵심사업인 자동차에 있어 차 강판부터 부품, 완성차까지 전 과정을 모두 관여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신 사장은 냉연사업을 내놓긴 했지만 현대하이스코를 그대로 경영할 수 있게 됐고, 제철사업에 있어 글로벌 사업을 책임지게 돼 역할 분담이 이뤄진 것으로 보여진다.
1차적으로 자동차 부문의 지배구조 개편을 완료한 현대차그룹은 향후 현대건설과 현대엠코 등 건설 계열사 합병, 현대로템, 현대위아 등 비자동차 부문 계열사 등에 대한 2차 구조개편이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이 과정에서 정 부회장과 신 사장,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등 아들과 사위의 지배구조도 추가적인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