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가 회고하는 시중쉰

2013-10-17 15:40


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 조용성 기자 =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가 탄생 100주년을 맞은 시중쉰(習仲勳) 전 부총리를 회고하는 방송에 출연했다.

지난 3월 총리직에서 물러난 이후 외부행사를 최대한 자제하며 모습을 감추다시피 했던 원 총리는 CCTV가 16일 방영한 시중쉰 회고방송에 2분여동안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 양복을 입고 나타난 원 총리는 단정한 모습과 또박또박한 말투로 시중쉰 부총리를 회고했다.

원자바오 전 총리는 "중쉰 동지는 한평생 굴곡진 인생을 살았지만 항상 바른 길을 걸어왔고, 사람들에게 후했으며, 직언을 서슴치 않았고, 항상 정정당당한 태도를 견지했다”며 “공산당 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 그를 존경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내가 중앙판공청에서 근무한지 얼마 안됐을 때 중쉰 동지가 나를 따로 불러내어 함께 대화를 나눈 기억이 있다”며 “그의 친절하고 따뜻한, 진실된 태도에 마음이 절로 풀어졌었다”고 말했다. 또한 "중쉰 동지는 11기 3중전회 이후의 노선과 방침, 정책 추진은 결코 쉽지 않았으며 우리는 막대한 대가를 치렀지만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고 말했었다"고 회고했다. 이후 시중쉰 전 부총리는 원자바오 전 총리를 자주 불러내 함께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시중쉰은 1981년부터 1988년까지 중국 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로 근무했다. 7년여를 권력핵심부에 있었지만, 1987년 후야오방 총서기의 실각 때 후야오방을 옹호한 이후로 급격히 힘이 빠졌다. 1988년 4월 전인대 부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1993년 공직에서 퇴직했다. 10년 후인 2002년 베이징에서 사망했다. 원자바오는 1985년부터 1986년까지 중국공산당 중앙판공청 부주임으로, 1986년부터 1993년까지 중앙판공청 주임으로 근무했다. 중앙서기처와 중앙판공청은 모두 공산당 중앙 직속기구다. 시중쉰과 원자바오는 1985년부터 1988년까지 4년동안 공산당 중앙에서 함께 근무한 셈이다.

원자바오는 시중쉰을 회고하면서 "그는 당을 걱정했고, 국가를 걱정했지만, 그가 받았던 박해와 수난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이야기하지 않았다"며 "중쉰 동지가 당 중앙에서 7년간 근무할 동안 중국의 개혁개방이 심화됐고, 경제성장률이 높아졌으며 인민들의 생활수준이 제고되는 한편 새로운 문제와 사회모순들이 증대됐다"고 말했다. 이어 "변화하는 환경속에서 중쉰 동지는 진지하게 당 중앙과 샤오핑(鄧小平)동지의 중요지시들을 관철시켰으며 전력을 다해 야오방(胡耀邦) 동지의 업무를 지원했다"며 "그는 수많은 정책결정에 참여했으며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