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권경렬 기자=부동산 및 건설경기 침체로 흔들리고 있는 건설업계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불가피하게 수십조원의 매출 타격을 입게 됐다.

조달청이 4대강 사업 담합 혐의로 15개 건설사에 관급공사 입찰제한을 통보했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 역시 LH 발주 아파트 공사에서 담합을 한 중견 건설사들 35곳에 대해 제재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건설사들은 당혹감을 나타내며 국내 매출에 치명적인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또 업계는 대외적인 신인도 하락으로 해외건설사업 수주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조달청·LH 등, 담합 건설사에 '철퇴'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조달청은 4대강 사업에서 담합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국내 대형 건설사 15개사에 대해 부정당업자 처분을 내렸다. 이들 업체는 오는 23일부터 4~15개월간 관급공사 입찰이 제한된다.

이번에 조달청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건설사 중 현대건설·삼성물산·대우건설·GS건설·대림산업·SK건설 등 6개사는 15개월 동안 관급공사 입찰을 할 수 없다.

포스코건설·현대산업개발·경남기업·삼환기업·쌍용건설·코오롱글로벌·한진중공업·한화건설·삼성중공업은 4개월 동안 입찰을 못한다.

롯데건설·동부건설·두산건설 등 3개사는 무협의 처분이 내려졌다.

LH도 지난 14일 2006~2008년 LH가 발주한 성남 판교신도시 건설과 관련해 담합을 한 35개 중소형 건설사를 부정당업자로 지정했다.

이 중 진흥기업·대보건설·효성·경남기업 등 4개사는 이달 22일부터 1년 동안 공공공사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다.

나머지 한일건설·쌍용건설·동양건설산업·태영건설·서희건설·한신공영·신동아건설 등은 이달 22일부터 3개월 동안 공공공사 입찰 참여가 제한된다.

여기에 한국수자원공사도 오는 17일 4대강 일부 구간과 관련해 부정당업자 제재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어서 추가 중징계 처분이 나올 경우 건설업계의 타격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업계 "엎친 데 덮친 격"…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반발 예고

이번 제재에 따라 건설사들은 국내 매출은 물론 신인도 하락으로 해외사업에서도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H건설 관계자는 "국내 부동산경기 침체로 상황이 안좋은데 관급공사 입찰도 못하게 된다면 업계 전반적으로 타격이 크다"며 "잇따라 징계처분이 나오는 상황은 건설업계의 숨통을 더욱 조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업계에서는 담합 여부에 대해선 조심스럽지만, 건설업에 대한 가중처벌은 전반적인 경제침체로 이어질 수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는 입장이다.

최상근 건설협회 계약제도실장은 "같은 건으로 이미 지난해 8월 공정위에서 과징금 처분을 내렸는데 이번 관급공사 입잘체장은 이중으로 처벌하는 것"이라며 "이 건과 관련해 소송이 2심까지 진행되고 있는데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조달청에서 제재를 가하는 것은 시점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번에 제재를 받은 건설사들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및 행정처분 소송을 낸다는 입장이다.

D건설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조달청 통보 이후 바로 가처분 신청을 냈고, 다른 건설사들도 대부분 신청했거나 곧 신청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며 "건설사들은 담합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법정 공방이 끝나봐야 실제 제재 수위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에 대한 제재가 그대로 실행된다면 내년 건설업계의 매출 급감은 피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은 "해외건설의 80% 이상이 대형 건설사들이 차지하고 있는데 담합으로 낙인찍히면 신인도에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특히 내년 SOC 예산도 1조원 가량 줄고 부동산경기 전망 역시 좋지 않은 상황인데다 입찰 제한까지 받으면 전망치 이상으로 건설업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