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8 전월세대책 한달, "불씨는 살렸지만…연말 주택시장 양극화 심화 우려"
2013-09-29 16:27
아주경제 권이상 기자=정부의 8∙28 전월세 대책 발표 후 한 달간 주택시장은 대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일부 매매전환이 일어나면서 거래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시장에서는 급매물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아파트 매매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시장 분위기에 민감한 재건축 시세 역시 꾸준히 오르고 있다.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도 지난 6월 이후 최고점을 찍었고, 이달 들어 속속 문을 열기 시작한 아파트 모델하우스는 어디나 할 것 없이 방문객이 북적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수 개선에 비해 실제 시장 변화에 대한 체감효과는 뚜렷하지 않으며, 여전히 다수의 매수 대기수요는 요지부동이다. 특히 정부가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자신했던 전셋값은 여전히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며 극심한 물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취득세 영구 인하 등 부동산 규제완화 법안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야만 시장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4주 연속 상승세 속에 오름세가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29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9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일주일 새 0.02% 올라 4주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신도시와 수도권도 같은 기간 각각 0.03% 상승했다. 8∙28 대책을 기점으로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4주 동안 0.09% 올랐다.
비록 대책에서는 제외됐으나 시장 분위기에 민감한 재건축아파트 시세도 상승세다. 잠시 주춤했던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의 주간 낙찰가율과 낙찰률도 하반기 최고점을 찍으며 추가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9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주상복합 제외) 경매 낙찰가율은 전 주에 비해 6.31%포인트 오른 82.32%로 집계됐다. 하반기 들어 최고치로, 서울 아파트의 주간 낙찰가율이 82%를 넘은 것은 지난 6월 첫째 주(82.75%) 이후 3개월 만이다. 주간 낙찰률도 전 주 대비 9.28%포인트 증가한 41.98%를 기록, 하반기 최고치를 나타냈다.
낙찰가율이 단기간 급등한 것은 취득세 영구 인하의 영향과 지속적인 경매물건 소진으로 인해 물건 수가 큰 폭으로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입찰자 수가 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분양시장 열기도 뜨겁다. 전셋값 상승세가 수그러들지 않자 이 참에 저렴한 새 아파트를 잡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수요자들의 발길을 모델하우스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건설사들도 신규분양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이달 들어 전국 분양아파트 물량만 2만9000가구에 이른다. 지난 27일에는 무려 11개 단지의 모델하우스가 문을 열어 10만명 이상의 방문객을 맞이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8∙28 대책의 영향으로 주로 급매와 소형 저가 매물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면서 가격 상승을 뒷받침한 것"이라며 "분양시장에 몰린 방문객만 봐도 8∙28 대책 이후 수요자의 구매심리가 긍정적으로 변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거래량 기대보다 저조, 전셋값은 여전히 '고공 행진'
그러나 이번 8∙28 대책은 지난 4∙1 대책과 비교해 실질적인 효과는 적은 편이다.
우선 아파트 매매 거래량 증가세가 기대보다 저조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27일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341건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는 4·1 대책 이후인 5월 거래량(6844건)에 훨씬 못미치는 규모다.
9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23% 올라 57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신도시와 수도권도 각각 0.09%, 0.10%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8월 마지막 주 이후 한 달 동안 무려 0.9%나 올랐다.
문제는 주택시장 분위기가 연말이 되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양도세 감면과 생애최초 취득세 면제 등의 혜택이 연말이면 종료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정기국회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와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 등 부동산 규제완화 관련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겨우 활기를 찾기 시작한 부동산시장은 다시 한 번 꽁꽁 얼어붙을 것이 자명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8·28 대책 이후에도 주택시장에는 추격 매수세의 둔화로 지역·상품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주택 거래가 늘어 전셋값이 안정화를 찾을 것인지는 이번 정기국회의 부동산 법안 처리 결과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