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우융캉 어찌하나” 장고중인 시진핑
2013-09-29 14:25
보시라이 이상의 후폭풍 예상
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 조용성 기자 =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지도부가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법위원회 서기의 처리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산당 감찰기구인 기율위원회를 통해 충분히 공개조사에 돌입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이후의 정치적 파장을 고려해 섣불리 ‘진격’해 들어갈 수 없는 형국이라는 게 중국내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저우융캉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5년동안 공산당 정법위 서기로서 공안부와 사법부, 무장경찰을 통솔했다. 또한 정치국 상무위원회 상무위원으로 5년동안 국가최고지도자로서 중국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현재 그의 측근들이 대거 낙마했고, 현재 비리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저우융캉을 비리혐의로 엮을 증거는 충분히 모아졌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중국 관영매체들은 측근들의 비리를 보도할 뿐, 저우융캉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고 있다.
◆쓰촨성, 페트로차이나 대대적 소환
이후 올해 3월이후부터는 ‘석유방’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저우융캉은 국영기업인 페트로차이나(중국석유, CNPC) 사장을 역임하는 등 석유 관련 분야에서만 37년을 일한 인물이다. 페트로차이나를 통해 중국의 석유산업을 주도해왔고 회사내에 거대한 인맥이 형성돼 있다. 지난 8월 페트로차이나의 왕융춘(王永春) 부사장, 리화린 (李華林) 부사장, 란신취안(冉新權) 부회장 및 왕다오푸(王道富) 탐정개발연구원장 등 4명이 기율위에 소환됐다. 이어 9월초에는 페트로차이나 회장을 역임하다 올해 3월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주임으로 자리를 옮겼던 장관급의 거물, 장제민(蔣潔敏) 주임이 낙마했다. 이어 페트로차이나의 왕궈량(王國樑) 이사, 우메이(吳枚) 기획 총경리, 페트로차이나 산하 화여우(華油)그룹 왕원창(王文滄) 총경리 등이 줄줄이 소환됐다. 이들은 모두 저우융캉과 연계됐을 것으로 지목되는 인사들이다.
◆역학구도 따라 이해관계 엇갈려
반면 나머지 네명의 상무위원들은 소극적인 입장인 것으로 분석된다. 장더장(張德江) 전인대 위원장, 위정성(俞正聲) 전국정협 주석, 류윈산(劉雲山) 중앙서기처 서기, 장가오리(張高麗) 상무부총리 등 4인에게는 저우융캉 처벌로 인한 뚜렷한 메리트가 없다. 또한 전직 상무위원이 처벌되는 선례가 만들어지면 본인들의 퇴임이후도 안전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가질 수 있다. 이들 4인은 모두 2017년 퇴임 예정이다.
저우융캉같은 거물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시진핑으로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4인의 상무위원들을 설득하거나, 정치적으로 제압해야만 저우융캉을 처벌할 수 있는 셈이다. 이들의 동의없이 저우융캉 처벌을 강행한다면 역풍이 일 수 있다. 각 상무위원들이 사안별로 시진핑에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불가능하다. 자칫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시진핑은 물론 리커창도 원하지 않는 바다.
◆정치적인 타협으로 귀결되나
이같은 상황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율위의 조사가 저우융캉은 건드리지 않는 수준에서 마무리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고강도 사정으로 인해 공직사회 기강이 잡히고 있으며, 시진핑의 정치력이 이미 안정괘도에 올라섰다. 또한 페트로차이나의 부패상이 공개되면서 국유기업개혁의 동력 역시 확보됐다. 왕치산 서기의 위상 역시 강화됐다. 각 정파간에 충분히 타협할 수 있는 요건이 마련된 것.
베이징 외교가 관계자는 “집단지도체제를 택하고 있는 중국의 특성상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시 공안국장의 망명기도와 같은 돌발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정치국위원 이상의 거물을 낙마시키기란 무척 힘들다”며 “결국은 각 정파가 타협하는 수준에서 사안이 마무리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만약 저우융캉이 사법처리받는다면 이는 중국내부에 보시라이(薄熙來) 사태 이상의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