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예산안] 허리띠 졸라맨 정부…복지정책에 '매립'
2013-09-26 18:10
경제 활성화·일자리 강조 불구 복지공약 후퇴 논란<br/>청와대·정치권 눈치 보기 급급…경기전망도 0.1%p 낮춰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정부가 26일 발표한 내년 예산안은 복지공약 이행에 전념하다 보니 지나친 긴축 예산 편성으로 이어지지 않았느냐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예산안은 곳곳에서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의지가 보일 정도로 내년 지출 예산이 빡빡하게 짜였다는 평가다. 정부가 마련한 내년 예산안은 357조7000억원으로 올해보다 4.6% 증가했다. 지난 4년간 최저 수준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출범 첫해 예산 증가율(6.5%)보다 낮다. 최근 4년간 전년 대비 예산 증감률은 2010년 -3%, 2011년 5.5%, 2012년 5.3%, 2013년 5.1%로 꾸준히 5%대를 유지했다.
박근혜 정부의 첫 예산이 4%대에 머문 것은 관리재정수지 적자(23조4000억원)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경기 활성화와 복지 확대를 추진하다 보니 무리수가 뒤따른 것이라는 시각이다.
◆세법개정안 후폭풍…복지공약 후퇴
정부에서 제시한 내년 예산안의 큰 특징은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로 요약된다. 복지예산을 축소하면서까지 경제 활성화에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 회복 의지에도 불구하고 복지정책에 시선이 더 쏠리고 있다. 만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주겠다는 박근혜 대통령 공약이 이번 예산안에서 지급 대상과 액수가 모두 줄면서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복지공약 후퇴 논란이 가중되면서 정부가 내세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세법개정안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세법개정안 발표 후 닷새 만에 수정안을 내놓은 정부는 이번 예산안에서 극도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4년 만에 최저치인 4%대 예산 증액은 정치권과 청와대를 의식한 것이라는 반응도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기획재정부 내부에서는 내년 예산안을 '고민 예산'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내년 예산안을 수립할 때 외부 눈치를 많이 봤다는 것이다.
기재부 예산실 관계자는 "지난 세법개정안 당시 많은 논란이 있었던 탓에 예산 수립에 상당한 부담을 느꼈다"며 "이번 예산안이 4%대 증가에 머문 것도 세법개정안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전망 0.1%포인트 낮춘 예산…공무원 월급도 동결
정부의 지출 예산 마련은 상당히 강도 높은 수준으로 이뤄졌다. 내년 예산의 기초로 삼은 경제성장 전망치도 당초 4%에서 0.1%포인트 낮춘 3.9%를 기준으로 수립했다. 그만큼 내년은 재정운용 효율화가 어느 때보다 어렵다는 것이다.
내년 세입 예산이 올해 본예산보다 8조7000억원이 줄어들면서 지난 10년 이래 최저치가 전망되는 상황에서 공무원부터 줄여야 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이에 따라 3급 이상 고위직 공무원 보수를 동결하고 업무추진비와 국외여비를 삭감하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이와 함께 재정낭비 요인을 제거하고자 유사·중복 사업은 통·폐합하고 전시성 사업 지원을 폐지하는 등 고육책을 내놨다.
업무추진비는 올해보다 9.2% 줄이고 국외여비도 5.1% 절감한다. 국내 여비는 행정부처의 세종시 이전에 따른 불가피한 소요를 고려하면서 최대한 절감해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의 어려운 재정여건을 감안해 업무추진비, 여비, 행사비를 절감할 것"이라며 "입법·사법·행정부 전체 고위공직자 보수를 동결하는 등 공공부문부터 솔선수범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