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 회장, ‘독하게 마음먹다’…경영정상화 성공시킬까

2013-09-26 16:3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아주경제 박재홍 기자=“……”

큰 형수이자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의 장남 고(故)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의 부인인 마거릿 클라크 박 여사의 발인이 있던 지난 26일 오전, 삼일 동안 함께 자리를 지켰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마지막까지 서로 아무런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장으로 치러진 이번 장례식 내내 빈소를 지킨 박삼구 회장은 마거릿 여사의 영결식이 진행되는 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장지로 향하는 차에 올라탔다. 박 회장의 표정은 시종일관 굳어있었다.

최근 동생인 박찬구 회장이 금호산업의 정상화 방안에 연이어 제동을 걸고 나서며 두 사람의 어색한 관계가 집중적으로 조명을 받은 탓도 있으나 박 회장에게는 앞으로 있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운명에 대한 걱정이 더 컸을 것이다.

실제로 박 회장은 최근 금호산업의 등기이사로 선임되며 경영 정상화의 전면에 나섰다.

박 회장은 오는 11월5일 열릴 금호산업 주주총회를 통해 등기이사로 공식 취임하며 공식적으로 전면에서 금호산업의 경영정상화 과정을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그러나 박 회장으로서는 이번 기회가 사실상 마지막이나 다름없다. 채권단에서 박 회장에게 공식적인 직함을 허용하는 대신 경영정상화에 실패할 경우 경영권을 가져갈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기 때문이다. 박 회장 역시 경영정상화에 실패할 경우 보유 지분을 모두 포기하겠다는데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에서 박 회장에게 양날의 검을 쥐어줬고, 박 회장은 필사즉생의 각오로 그 칼을 받아 든 모양새다.

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인 금호산업 지분 14.2%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도 지키고 있다. 박 회장이 만약 경영정상화에 실패해 금호산업의 지분을 잃을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지배력까지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오는 셈이다.

그러나 성공할 경우 박 회장은 채권단에서 제시한 우선매수청구권을 통해 그룹의 지위권을 보다 확고히 할 수 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앞서 금호석화의 제동이 있긴 했으나 공정위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손을 들어주면서 우선 박 회장에게 힘이 실리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경영정상화방안이 합의되는 대로 금호산업은 알려진 대로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기업어음(CP) 790억원을 출자전환해 13.0%의 지분을 넘겨주고, 자본잠식률을 줄여 위험을 넘긴 뒤, 실적 개선 노력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실적 개선이다. 금호산업이 30.08%의 주식을 보유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추락사고의 여파가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이고 시장 전망 역시 밝지만은 않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상반기에만 51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저비용항공사들이 몸집을 불리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바 글로벌 항공시장 전망도 불투명하다.

향후 박 회장이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고 경영정상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